한화의 필리 조선소 50억 달러 투자, ‘원잠 동맹’이 여는 K-조선의 새 국면

미국 조선 부활 프로젝트의 상징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의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으며 미국 조선 부활 전략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화오션(Hanwha Ocean Co., Ltd.)이 1억 달러에 인수하고, 향후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인 대형 사업으로, WSJ는 이를 미국 내 제조업 복원의 시험대로 평가했습니다. 

현재 연 1척 수준의 생산능력을 2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는 야심차지만, 미국 조선 산업의 글로벌 점유율이 1% 미만이라는 현실 속에서 그 도전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WSJ가 보도한 한화의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 투자와 원잠 협력 구상이 K-조선의 기술 수출과 글로벌 밸류체인에 미칠 영향을 심층 분석합니다.

핵심 쟁점: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협력 구상

WSJ 보도에 따르면, 한화의 필리 조선소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건조 논의입니다. 

참고로, 얼마전까지는 ‘핵연료 추진 잠수함’ 혹은 ‘핵잠’으로 불렸으나 어감이 공격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 DGB에서는 최근 대한민국 언론계의 흐름을 따라 ‘원잠’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트럼프 진영은 미국과 한국이 군용 원자력 추진 기술 협력을 확대할 의지를 보였고, 필리 조선소를 그 중심지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술이전 범위, 연료 처리, 군사시설 보안 등 다층적 난제가 얽힌 사안으로, 단기 실행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는 잠수함 본체를 국내에서 건조하고, 연료 삽입 등 제한적 공정만 미국에서 수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WSJ 기사에는 이러한 ‘공정 분할’ 구상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화의 전략적 투자 방향

WSJ는 한화가 필리 조선소에 50억 달러를 투입해 대형 크레인과 로보틱스, 훈련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드라이독 동시 가동으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계획을 소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설비 확충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필라델피아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은 대형 선체 블록을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수준으로, 대한민국 조선소의 효율적인 공정 방식을 미국에 이식하는 상징적인 장치입니다. 

로보틱스 시스템은 용접과 도장 공정의 자동화를 통해 기존 인력 의존도가 높은 미국 조선 산업의 병목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또한 자사 해운 계열을 통한 탱커·LNG선 12척 발주는 단기적 일감 확보이자 ‘학습효과(learning curve)’를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초기 물량을 확보해 인력의 숙련도를 높이고, 공정 효율성을 축적함으로써 향후 생산비 절감을 꾀하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마치 신입 엔지니어가 반복 작업을 통해 숙련도를 쌓는 것처럼, 미국 내 조선 인력 기반을 새로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나아가 10년 내 연 2~3척 규모의 대형 선박 생산 능력 확보 목표는 미국 내 고용 창출과 군수산업 재활성화를 동시에 겨냥한 ‘정치적+산업적’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다시 말해,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조선 기술의 전수와 지역 경제 활성화, 그리고 안보 산업의 재정비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장기 로드맵에 가깝습니다.


K-조선 밸류체인에 미칠 영향

이번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조선업 전반에도 중대한 함의를 지닙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조선 기술과 공정관리 노하우, 기자재 시스템이 미국 현지에 표준화 형태로 이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설계 자문, 품질 컨설팅, 자동화 장비 공급 등에서 대한민국 기업의 수혜가 기대되며, 이는 ‘기술 수출형 협업 모델’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LNG·특수강·용접·도장 등 고부가 밸류체인 기업은 필리 조선소의 장기 프로젝트에서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노동력·정치 리스크·규제 등 미국 내 ‘정치경제적 마찰비용’은 지속적인 변수로 남을 것입니다.


조선 사이클의 새로운 국면

조선업의 특성상,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측이나 한화오션에서 '수주 및 생산의 대부분을 대한민국에서 담당할 가능성'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부 한국 언론과 업계 분석에서는 국내 조선소에서 본체를 건조하고, 핵연료 삽입이나 핵심 공정만 미국에서 수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생산–인도’ 사이의 시차가 길기 때문에, 이번 한화의 투자는 단기 실적보다 장기 생산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필리 조선소의 목표치(연 20척 생산)는 단기간 달성하기 어렵지만, 미국 내 조선 생태계 복원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실현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큽니다.


동맹 기반 산업재편의 신호탄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조선 경기 회복이 아니라, 동맹 산업 재편과 군수·민수 융합이 맞물린 초장기 테마입니다. 

기술이전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미국 내 생산거점이 점진적으로 활성화될수록 대한민국 조선업은 기술 표준과 기자재 공급망을 통해 구조적 수혜를 누릴 것입니다. 

단, 향후 미 행정부의 정책 방향, 원자력 협력 범위, 노동 인프라 구축 속도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남습니다.



참고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South Korean Shipbuilder Hanwha Bets $5 Billion on Reviving U.S. Shipyards” (Nov. 2025); MarketWatch; Barron’s; 한국경제 등 관련 보도 종합. 

The Wall Street Journal 공식 웹사이트 | MarketWatch | Barr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