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의 균열 속에서, AMD가 쏘아올린 1조 달러의 신호

AI 투자 사이클의 피로감: WSJ가 그린 거대한 균열의 지도

2025년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붐을 둘러싼 시장의 "불안한 진동"을 정면으로 짚어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지금의 AI 산업은 막대한 자본 지출(CapEx)불투명한 수익 구조, 그리고 부채 레버리지 확대라는 세 가지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그 기반이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OpenAI가 향후 8년간 1.4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그 상징적인 예입니다. OpenAI는 바로 이 ChatGPT를 만든 회사로, 전 세계 기업과 개인이 사용하는 거대 언어모델과 각종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선두 업체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연매출은 아직 약 2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합니다. 쉽게 말해, "연봉은 아직 2천만 원대인데, 앞으로 8년 동안 14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WSJ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속도로 투자가 이어질 경우 2028년에는 연간 손실 740억 달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여기에 Oracle과 OpenAI가 체결한 3,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계약, 메타의 사상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등도 대부분 부채와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즉, AI 인프라 확대가 "현재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의 기대"와 "레버리지(부채)"에 의해 가속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장이 불안해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업계 전체가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Nvidia)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6% 증가할 것이라 밝혔고, 슈퍼마이크로(Supermicro), Arm 등 공급망 플레이어들도 여전히 강한 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AMD의 CEO 리사 수(Lisa Su) 또한 WSJ 인터뷰에서 "가능하다면 컴퓨팅을 더 늘리라. 그것이 경쟁 우위를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강경한 자신감조차도 AI 붐의 구조적 피로감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합니다.

WSJ·마켓워치·배런스의 최신 분석을 바탕으로 AI 붐의 취약성과 AMD의 성장 전략을 통합적으로 해석하며, 2025년 AI 산업의 본질적 흐름을 짚어봅니다.

AMD의 확장 시그널: 1조 달러 시장을 향한 대담한 선언

WSJ가 AI 붐의 균열을 비춘 다음 날, 마켓워치와 배런스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뉴스를 전했습니다. 바로 AMD가 데이터센터 시장의 TAM(총 주소 가능 시장)을 2030년 1조 달러로 제시하며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열어젖힌 것입니다.

3년 만에 열린 AMD의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공개된 내용은 시장의 시선을 단숨에 끌었습니다. AMD는 서버 칩 시장에서 점유율 50%, 클라이언트/PC 칩 시장에서는 점유율 40%, GPU 사업에서는 연평균 80% 성장, 전체 매출은 향후 3~5년간 연평균 35%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배런스는 이 대목을 두고 “AMD가 엔비디아의 80% 독점 구도에 도전장을 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벤치마크 리서치는 "과거 인텔과의 경쟁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점유율을 빼앗을 것"이라 분석한 반면, 시티그룹(Citi)은 "AI 버블이 2년 내 꺼질 수 있다"는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AMD가 엔비디아의 벽을 얼마나 뚫을 수 있는가는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AMD의 대담한 비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발표 이후 AMD 주가는 단 하루 만에 8~10% 상승했습니다. WSJ가 강조한 AI 붐의 ‘취약함’ 사이에서 AMD가 새로운 ‘적극적 확장 스토리’를 들고 등장한 것입니다.


균열과 확장의 충돌: AI 산업의 현재 좌표

지금까지 살펴본 WSJ의 경고와 AMD를 둘러싼 낙관론을 함께 놓고 보면, 2025년 AI 산업의 본질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바로 ‘불안정한 붐’과 ‘가속되는 혁신’이 동시에 존재하는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AI 모델 기업(OpenAI·Anthropic 등)은 막대한 비용과 불확실한 수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거대한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수십만 개의 GPU와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지만, 아직 그만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칩 기업(AMD·Nvidia)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들은 이러한 수요를 기대하며 여전히 공격적 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즉, AI는 이제 한두 스타트업의 실험이 아니라, 전력망·반도체·서버·냉각 기술이 모두 맞물린 실물 인프라 산업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는 뜻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바뀌는 평가 기준

이 구조에서는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이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 얼마나 혁신적인가"가 관심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이 인프라가 얼마나 오래, 효율적으로,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같은 AI 서비스를 운영하더라도 A기업은 전력 효율이 낮아 데이터센터 운영비가 계속 늘어나는 반면, B기업은 더 적은 전력과 더 적은 장비로 같은 성능을 내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시장이 높게 평가할 가능성은 당연히 B기업 쪽에 있습니다.

WSJ가 인용한 AMD의 CEO 리사 수는 이런 현실을 잘 요약했습니다. 그는 "만약 여력이 된다면, 그리고 더 많은 컴퓨팅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기업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경쟁사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추가적인 이점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한 문장을 풀어보면, 앞으로 기업 간 경쟁은 "얼마나 많은 컴퓨팅을 갖고 있느냐"뿐 아니라 "그 컴퓨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의 싸움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제 AI 뉴스를 볼 때, 단순히 "어느 회사가 더 화려한 모델을 발표했는가"를 넘어서서, ① 그 모델을 돌리기 위해 어떤 칩과 서버가 필요한지, ② 그 회사나 파트너가 확보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는 얼마나 안정적인지, ③ 그 과정에서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는지 등을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시장을 들여다보면, 단기적인 주가 급등·급락 사이에서도 어떤 기업이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경쟁은 앞으로도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칩 공급망, 메모리·스토리지 수요 등 산업 전반에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불안정한 챕터 속에서도 흐름은 읽힌다

AI 붐이 단기적으로는 흔들릴 수 있지만, 장기적인 흐름은 여전히 명확합니다. AI 시대의 승자는 결국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가진 기업이며, ‘서사(Story)’보다 ‘실물(Reality)’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MD의 공격적 확장은 이러한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줍니다. AI 모델의 시대를 넘어, AI 인프라가 산업의 무게 중심이 되고 있다는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4분기, 단기적 주가 등락과 산타랠리 기대 때문에 시장이 요동칠 수 있지만, DGB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미래를 바꾸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구조다.”

장기 투자자는 너무 부푸는 서사에 기대기보다, 전력·반도체·서버·냉각·메모리 등 AI의 실질적 생태계에서 ‘무엇이 실제로 자라고 있는가’를 차분히 살피는 편이 현명합니다. 

전력 측면에서는 각국 정부가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를 어떻게 확충하고 있는지, 송전망과 변전 설비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에서는 GPU·CPU 수요가 단순 기대가 아니라 실제 주문과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지, 재고가 쌓이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버와 스토리지 분야에서는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장기 공급 계약, 냉각 기술에서는 공랭에서 수랭·침지 냉각으로의 전환 속도, 메모리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RAM/낸드 사이클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AI 인프라의 각 층위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라보면, 일시적인 테마성 급등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쌓이는 기업과 산업이 어디인지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참고 출처

  • WSJ, “The AI Boom Is Looking More and More Fragile” (Nov. 12, 2025)

  • MarketWatch, “AMD’s stock is surging as these big numbers excite Wall Street” (Nov. 12, 2025)

  • Barron's, “AMD Stock Surges as Wall Street Weighs Its Odds Against Nvidia” (Nov.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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