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대전환기: 투자 심리 변화와 중국의 부상, 그리고 실제 산업 적용까지
투자, 기술, 산업 구조가 동시에 재편되는 순간
2025년의 AI 시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뜨겁고 활기차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투자심리, 기술경쟁, 그리고 실제 산업 적용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흔들리는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AI 스타트업은 일단 빠르게 성장만 하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성공 여부는 나중 문제이고, 지금은 고객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미국의 한 AI 스타트업은 아직 제대로 된 수익 구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또 다른 회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을 홍보 영상으로 포장해 대규모 계약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흐름이 일반화되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일종의 '속도전' 같은 분위기가 자리 잡았고, 투자 시장에서도 ‘일단 크면 돈은 따라온다’는 믿음이 꽤 오래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정말로 돈을 벌고 있는가?”, “실제로 고객이 지갑을 열 만큼의 가치가 존재하는가?”라는 훨씬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중국 AI 스타트업들은 낮은 비용 구조와 빠른 제품 출시, 그리고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습니다. 기술 자체보다는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실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를 중심에 둔 성장 방식입니다.
또한 의료 산업 등 실제 사용 분야에서는 AI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적인 결정과 행동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AI가 실제로 돈을 버는 분야는 어디인지가 조금씩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AI 시장은 지금 ‘아이디어의 시대’에서 ‘증명과 실전의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미래의 약속’이 아닌 ‘바로 지금의 수익’
AI 산업을 떠받쳐온 ‘Fake it till you make it’—즉, “일단 될 것처럼 보여라, 그러면 언젠가는 진짜로 되게 된다”라는 방식은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스타트업 문화에서 흔히 쓰이는 말로, 기술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아도 ‘성공한 척’하며 투자자와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일단 먼저 크게 벌려놓고, 실제 성과는 나중에 맞추는 방식”, 또는 “포장부터 화려하게 해서 성장하는 척하기” 라고 하겠습니다. 사기꾼 같이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오랫동안 이러한 접근법이 미덕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사용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면, 투자자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해 자금을 쏟아붓고, 그 자금으로 더 많은 개발자와 서버를 확보하며 다시 성장을 가속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고객이 많아질수록 손실이 커지는 불완전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AI 플랫폼도 비슷합니다. 데이터센터 비용, GPU 구매·임대 비용, 모델 학습·추론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데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특히 많은 한국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이 바로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엔트로픽 간의 ‘순환형 투자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A사가 B사에 투자하고, B사는 다시 A사의 제품을 대량 구매해주는 식의 ‘돌려막기형’ 성장 모델입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에 거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앤트로픽은 그 돈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와 엔비디아의 GPU를 대규모로 구매해 사용 약속을 합니다.
겉보기에는 세 회사 모두 거래가 활발해지고 사업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질적 수익이 아니라 서로의 매출을 부풀리는 효과에 가까운 구조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발표만 해도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AI 스타트업의 주가가 폭등했지만, 이번에는 시장이 거의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이 더는 이러한 ‘포장된 성장’을 믿지 않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이제 AI 기업들은 단순히 ‘거대한 꿈’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투자자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Faking it(성공한 척하기)”보다 “Making it(실제로 성공해 보이는 것)”을 요구하며, 이는 AI 산업의 전략·속도·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중국 AI의 폭발적 성장: 비용, 속도, 오픈소스가 만든 ‘새 질서’
AI 투자심리가 냉정해진 미국과 달리, 중국의 AI 산업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독자들 입장에서는 문샷AI나 텐센트, 홍산캐피털 같은 이름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이 기업들이 어떤 회사인지 간단히 소개해보겠습니다.
문샷AI(Moonshot AI)
중국 베이징 기반의 차세대 AI 스타트업으로, 특히 긴 문맥 처리와 분석 능력에 강점을 가진 Kimi 모델로 유명합니다. '문샷(Moonshot)'이라는 이름처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고성능 모델을 잇따라 발표하며 중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Kimi 시리즈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지만 오픈소스 기반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기존 서방권 기업들과 차별화됩니다.
텐센트(Tencent)
중국 최대 기술 기업 중 하나로, 한국의 카카오와 네이버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큰 생태계를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메신저(Wechat), 게임, 결제, 금융, 클라우드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중국의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Alibaba)
한국에서 쿠팡과 비슷한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전자상거래뿐 아니라 클라우드, 물류, 금융기술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빅테크입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Alibaba Cloud)는 아시아 최대 클라우드 플랫폼 중 하나로, AI 모델을 훈련하거나 배포하는 시스템을 제공해 많은 중국 AI 스타트업의 기반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홍산캐피털(HongShan Capital, 이전 Sequoia China)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벤처캐피털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세콰이어 캐피털이 중국에서 분리되며 독립한 형태로, 중국의 유망 AI 기업 대부분이 홍산의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업계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중국 AI 성장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딥시크(DeepSeek)입니다.
딥시크는 2024년 말~2025년 초 중국에서 갑자기 주목을 받은 초저비용 LLM으로, '서방 모델 대비 비용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GPT-4 수준은 아직 아니지만, 훈련 비용과 추론 비용이 파격적으로 낮아 "가성비 혁신"의 상징처럼 간주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모델 업데이트 속도가 다소 느려졌다는 평가도 있으나, 여전히 중국 내 오픈소스 경쟁을 촉발한 중요한 기점이 되었으며, 후발주자들이 저비용 고효율 모델 개발에 뛰어드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문샷AI의 키미(Kimi) 모델은 '긴 맥락 처리 능력(Long Context)'으로 유명하며, 기존 모델들이 어려워하던 수십만 자 이상의 문서를 분석하는 데 강점을 보입니다.
이 모델이 국제 평가 플랫폼인 LM아레나(LMArena)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의미는, 세계 여러 LLM을 동일 기준에서 평가하는 공개 경쟁에서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어 엔비디아 칩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도 중국 AI R&D가 어떻게 빠를 수 있을까요?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비용 구조가 낮다:
중국 기업들은 자체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 센터 비용이 미국 대비 저렴해 모델 개발 단가 자체가 낮습니다.오픈소스 생태계가 활발하다:
중국 AI 기업들은 이미 존재하는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빠르게 개선하는 방식으로 개발 속도를 앞당깁니다. 즉,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복제·개량'하는 방식입니다.정부·빅테크의 전략적 지원:
중국 정부 및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제조·클라우드·데이터 접근을 지원합니다.
이러한 중국의 AI 생태계는 결국 “낮은 비용 + 빠른 개발 + 오픈소스 경쟁력”이라는 조합을 통해 미국의 고비용·고규제 구조와 대비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초보자·비전문가가 봐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며, "미국이 고급 제품과 인프라 중심이라면, 중국은 빠르고 싸게 반복 출시하는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AI는 의사를 대체하지 않는다’ – 그러나 환자를 완전히 바꾼다
AI의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실제 산업 적용’입니다. AI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대체하려는 기술이 아니라, 환자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기술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AI가 의료 영역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 변화가 매우 일상적이고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병원에 가기 전, AI는 복잡한 의학 용어를 읽기 쉬운 언어로 정리해주고, 의사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을 대신 구성해주며, 증상에 따라 가능한 진단 리스트를 제시해줍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환자가 의료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입니다. 이전에는 환자가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진료 시간이 길어지거나, 핵심 정보를 놓친 채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흔했다면, AI는 그 공백을 메우며 ‘준비된 환자’를 만들어줍니다.
물론 AI는 여전히 의사의 정밀한 진단, 신체 검진, 맥락적 판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더 명확한 정보와 이해도를 갖고 진료실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의료 현장은 훨씬 효율적으로 변합니다.
특히 웨어러블 기반의 건강 모니터링 기술과 결합되면, 환자는 자신의 혈압·심박·혈당·수면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주의 신호’를 미리 알려주는 식의 변화가 가능해집니다.
이렇듯 의료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AI 산업 전체가 단순히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입니다.
AI의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오늘날 AI 산업은 투자—기술—산업 적용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이 동시에 재편되는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투자자들이 ‘즉시 수익’을 요구하며 AI 투자심리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저비용·고효율 전략을 통해 개발 속도를 앞세우며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을 흔들고 있습니다.
의료 산업 등 실제 사용 영역에서도 AI는 이미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며, 기술이 실제 수익 모델로 연결될 수 있는 명확한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즉, 지금의 AI 경쟁은 단순히 모델의 성능을 비교하는 수준을 넘어, “누가 가장 먼저 실전에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보다, 실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효용을 제공하며 곧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투자심리 변화, 중국 AI 스타트업의 폭발적 성장, 그리고 의료 분야의 실제 변화 사례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의 미래는 훨씬 더 거대해지겠지만, 그 흐름은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꿈을 파는 시대”에서 “가치를 입증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그 변화를 정확히 읽고 대응하는 사람과 기업이, 앞으로 전개될 AI 시대의 진짜 승자가 될 것입니다.
출처:
AI Investors Want More Making It and Less Faking It - WSJ
China’s Moonshot AI Raising Fresh Funds That Could Value It at About $4 Billion - WSJ
Could AI Diagnose Your Ailment Better Than a Doctor? Maybe—Maybe Not. - Barr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