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오라클이 ‘AI 패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유: AWS 15GW 확장과 오라클 5,000억달러 계약 파이프라인
아마존과 오라클이 ‘AI 패자’로 보이는 이유, 그리고 2026년에 판이 바뀔 수 있는 지점
생성형 AI 열풍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누가 AI의 최대 수혜주인가”를 찾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시장의 시선에서 비껴난 이름이 있습니다. 아마존(Amazon, AMZN)과 오라클(Oracle, ORCL)입니다. 두 회사 모두 AI 인프라의 핵심 축인 클라우드 사업을 갖고 있고, 실제로는 대규모 투자와 계약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주가 흐름만 보면 ‘AI 랠리의 승자’로 분류되지 못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정반대 결론을 내립니다. 2026년 1분기 ‘프레시 머니(Fresh Money)’ 보고서에서 아마존과 오라클을 “높은 확신의 추천 종목”으로 꼽으며, 두 회사가 AI 인프라 확장 국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고, 시장이 그 가치를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아마존이 ‘AI 패자’로 보이는 이유
아마존은 AI 경쟁에서 ‘뒤처진’ 회사로 비치곤 합니다. 그러나 그 배경은 단순합니다. 투자자들이 AI 수혜를 강하게 반영한 종목들이 이미 많았고, 그 기준에서 보면 아마존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마존 주가는 2025년에 약 5% 오르는 데 그쳤고,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약 16% 상승했습니다. 즉, “AI 시대의 대표 플랫폼”으로 불리는 기업치고는 주가 반응이 밋밋했다는 평가가 붙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도이체방크의 리 호로위츠(Lee Horowitz)는 이 ‘AI 패자’라는 꼬리표가 2026년에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그가 내세운 논리는 인프라입니다.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가 향후 2년 동안 약 15기가와트(GW) 규모의 수용 능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됩니다.
15기가와트라는 숫자는 단순한 데이터센터 확장이 아니라, “AI 학습과 추론을 감당할 전력·서버·냉각 인프라를 도시 단위로 늘린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AI의 경쟁력이 결국 ‘연산량과 전력’에서 갈리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AWS가 이 정도 규모로 확장될 경우 매출 성장률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그림이 나옵니다.
여기에 더해, 아마존이 오픈AI(OpenAI)와 맺은 계약도 언급됩니다. 다만 호로위츠는 이 계약이 “겉으로 드러난 것의 일부일 뿐”이라며, 앞으로 수용능력 확장이 본격화되면 AWS 매출 성장 재가속의 연료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즉, 시장이 지금은 “오픈AI 계약이 얼마나 큰가”에만 주목하지만, 실제로는 전력·인프라 확장이 만들어낼 파급이 더 크다는 시각입니다.
‘리테일은 구형 사업’이라는 착각
아마존을 AI 관점에서만 보면 놓치기 쉬운 축이 있습니다. 전자상거래(커머스)입니다. 도이체방크는 아마존의 커머스 사업을 “잘 기름칠된 기계”라고 표현하며, 성장률이 둔화된 글로벌 리테일 환경에서도 꾸준히 매출을 늘리고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배송 효율 개선이 마진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여기서 AI가 다시 연결됩니다. 아마존의 쇼핑 보조 서비스인 루퍼스(Rufus)가 ‘숨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호로위츠는 루퍼스가 이미 연간 기준으로 약 100억달러의 추가 매출(인크리멘털 레버뉴)을 열어주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아마존을 “AI 투자로 비용만 늘리는 회사”로 보기 쉬운데, 실제로는 AI가 커머스에서 전환율과 객단가를 개선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관점 위에서 그는 투자자들이 아마존의 영업이익이 앞으로 약 20%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비교적 편하게 가정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즉, AWS의 AI 인프라 확장 + 커머스의 운영 효율 + 루퍼스 같은 AI 기반 기능이 결합되면, “AI 비용은 늘고 성과는 늦다”는 현재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결론이 다른 대형 하우스에서도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저스틴 포스트(Justin Post)도 아마존을 2026년 톱픽으로 꼽으며, 루퍼스가 ‘에이전틱 쇼핑(agentic shopping)’—사람 대신 AI가 쇼핑 의사결정과 실행을 도와주는 영역—에서 아마존을 선도 업체로 만들 수 있다고 봤습니다.
오라클의 문제는 ‘AI가 없다’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쓸 건가’였습니다
오라클은 더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한때 오라클 주가는 AI 계약 파이프라인이 부각되며 9월에 관심이 급증했지만, 이후 분위기는 빠르게 꺾였습니다. 핵심 이유는 ‘부채’와 ‘자금조달 계획’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그 결과 오라클 주가는 9월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언급됩니다. AI 인프라의 중요한 플레이어로서 주목받았지만, 그 인프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이 투자 심리를 눌렀던 것입니다.
도이체방크의 브래드 젤닉(Brad Zelnick)은 이 우려가 “앞으로 몇 분기 안에 자금조달의 명확성(financing clarity)이 제시되면 완화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오라클이 AI 투자 경쟁에서 밀릴까가 아니라, “확장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감당할 것인가”라는 점이라는 해석입니다.
오라클의 ‘AI 인프라 체급’은 숫자로 드러납니다
오라클이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계약 규모입니다. 젤닉은 오라클의 미래 계약가치(future contract value)가 2년 전 약 650억달러에서 최근 5,000억달러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신규 고객 몇 곳을 확보한 수준이 아니라, 장기 계약 기반의 매출 파이프라인 자체가 ‘체급이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기술적 특성입니다. 오라클이 대규모 AI 칩 클러스터를 배치·운영하는 데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라클은 전통적으로 데이터베이스와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에서 ‘병렬 컴퓨팅’과 ‘고속 처리’ 경험을 축적해 왔는데, 젤닉은 그 역사가 AI 칩 클러스터 운영에 유리한 기반이 된다고 봤습니다. 쉽게 말하면, AI에서 중요한 것은 “칩을 많이 산다”가 아니라 “칩을 묶어서 효율적으로 굴린다”인데, 오라클이 이 운영 역량에서 차별점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시장이 놓친 또 다른 축: 오라클의 ‘비(非)AI 클라우드’가 이미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을 AI 종목으로만 보면, “AI 계약이 얼마나 되느냐”만 묻게 됩니다. 그런데 젤닉은 오라클의 전통적 클라우드 사업이 투자자들에게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AI가 아닌 부문(non-AI) 클라우드 매출이 지난 2년 동안 약 40%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더 큰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일부 가져왔다고 설명합니다.
이 대목은 오라클 투자 스토리를 조금 바꿉니다. 만약 오라클이 “AI 계약은 크지만 재무 부담이 무섭다”는 회사라면, 투자자는 변동성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비AI 클라우드도 의미 있는 성장 축을 만들고 있다면, 오라클은 AI 인프라 확장의 변동성을 일부 완충할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됩니다. 결국 관건은 이 두 축이 동시에 시장에 설득력 있게 전달되느냐입니다.
왜 2026년에 ‘평가 재정렬’이 나올 수 있나: AI의 승부는 모델이 아니라 ‘전력·클러스터·현금흐름’으로 옮겨갑니다
아마존과 오라클에 공통적으로 붙은 꼬리표는 “AI에서 주도권이 없다”는 인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가 강조하는 것은, AI 경쟁이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시장은 단지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들었나”를 넘어, 그 모델을 수백만 고객에게 제공하고 기업의 핵심 시스템에 붙이고,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며, 전력·냉각·칩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그 기준에서는 AWS 같은 초대형 클라우드의 확장 속도, 오라클의 장기 계약 파이프라인과 클러스터 운영 능력이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AWS의 15기가와트 확장과 커머스에서의 AI 수익화(루퍼스)를 결합해 “AI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성장 엔진”임을 보여주려 합니다. 오라클은 5,000억달러가 넘는 미래 계약가치와 논AI 클라우드 성장으로 “AI 인프라 플레이어로서의 확실한 자리”를 강화하려 합니다. 그리고 두 회사 모두,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아마존은 AI 잠재력에 대한 의심, 오라클은 재무 조달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순간 평가가 빠르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 수혜주’의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익숙한 장면이 있습니다. AI 수혜주라고 하면 보통 반도체, GPU, 대표적인 AI 모델 기업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시장의 단계가 바뀌면 수혜주 지도도 바뀝니다.
AI의 사용이 기업과 소비자 영역으로 더 깊게 들어가면, 결국 이 모든 것을 굴리는 인프라—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력 확장, 고객 계약—이 가장 큰 병목이 됩니다. 이 관점에서 아마존과 오라클은 “AI 승자”라기보다 “AI 인프라의 대형 운영사”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운영 능력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도이체방크의 주장입니다.
2026년은 이 인식이 바뀌는 해가 될 수 있고, 그 전환의 신호는 두 가지로 요약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존은 AWS 성장 재가속과 루퍼스의 실적 기여가 숫자로 확인되는지, 오라클은 자금조달 로드맵이 명확해지고 계약 파이프라인이 실제 매출로 얼마나 전환되는지가 관건입니다.
참고 출처: Oracle and Amazon are AI ‘loser’ stocks — but here’s why that’s primed to change - MarketW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