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고 IPO가 보여준 2026년 상장시장 신호: 가상자산 기업도 ‘실적’으로 평가받습니다
“가상자산 기업도 이제 ‘상장 성적표’로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2026년 미국 IPO 시장의 첫 ‘대형 데뷔’로 꼽힌 기업은 가상자산 인프라 회사 비트고(BitGo, BTGO)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한때 36%까지 뛰었다가 장 막판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하며 최종적으로는 약 3% 안팎의 상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시장이 열광만 한 것도, 냉담하게 외면한 것도 아닌 “적당히 환영하지만, 기대만으로 밀어 올리진 않겠다”는 태도가 읽힙니다.
이 정도 온도 차는 요즘 시장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 관련 주식은 ‘비트코인 가격’이라는 변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상장 이벤트가 곧바로 장기 신뢰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비트고의 상장은 “가상자산 기업이 상장 자체로 주목받던 시기”에서 “실적과 사업 모델로 숫자 검증을 받는 시기”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가깝습니다.
비트고 상장 첫날, 시장이 본 것은 ‘화려함’보다 ‘현실적인 가격’이었습니다
비트고는 공모가를 18달러로 확정했는데, 이는 당초 제시된 15~17달러 범위를 웃돈 가격이었습니다. 상장 직후 시초가는 22.43달러였고, 장중 최고가는 24.50달러로 공모가 대비 36%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종가는 18.49달러로 내려오며 상승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21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됐고, 회사와 일부 기존 주주는 2,180만 주를 팔아 2억1,280만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이 흐름은 IPO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도 의미가 큽니다. IPO는 “상장했다”가 끝이 아니라, 상장 첫날부터 시장이 기업의 가격을 다시 매기는 과정입니다. 공모가가 높게 정해졌다면 첫날 급등이 제한될 수 있고, 반대로 공모가가 보수적이었다면 ‘팝(pop)’이라 부르는 강한 급등이 나오기도 합니다. 비트고는 장중엔 강한 팝이 있었지만, 종가로는 차분히 정리됐습니다. 기대감은 인정하되, 그 기대가 실제 수익성과 성장성으로 이어지는지는 더 지켜보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흔들리는데도 상장은 됐다”가 중요한 이유
상장 타이밍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Bitcoin, BTCUSD)은 1년 만에 가장 긴 하락 흐름을 겪었고, 가격은 9만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매도 압력이 이어졌습니다. 하락 배경으로는 미국 워싱턴에서 논의되는 가상자산 규제 법안의 향방과 지정학적 긴장이 함께 거론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그린란드(Greenland) 문제와 연계된 관세 위협을 언급하며 시장이 흔들렸고, 이후 “무력 사용은 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약세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상장이 성사됐다는 점은 “비트코인 가격만 보고 가상자산 기업을 평가하진 않겠다”는 투자자도 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비트고는 2024년과 2025년 첫 3개 분기(1~3분기)에 수익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흑자’는 상징성이 큽니다. 가격이 오르면 누구나 좋아 보이지만, 가격이 흔들리는 구간에서도 비용을 통제하고 수수료 기반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느냐가 제도권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비트고가 하는 일: ‘코인 가격’이 아니라 ‘거래의 인프라’에서 돈을 버는 구조
비트고의 매출원으로 언급된 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디지털 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 둘째는 스테이킹(staking)으로 얻는 보상, 셋째는 각종 서비스 수수료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비트고가 “코인을 직접 발행해서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회사”라기보다, 가상자산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능—예를 들어 기관 대상 보관(커스터디)·거래·운영 지원 같은—을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는 성격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예시로 비유하자면, 금 가격이 오르내리더라도 금고와 운송, 보험 같은 인프라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가상자산 시장 전체 거래가 얼어붙으면 인프라도 함께 위축될 수 있지만, 적어도 “가격이 떨어지면 사업이 즉시 무너지는 구조”와는 결이 다릅니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 약한 날에도 비트고 상장에 일정 부분 호응한 배경으로, 이런 ‘인프라형 수익 모델’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IPO가 ‘다음 주자들’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비트고의 무대는 단지 한 기업의 상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2025년에 서클 인터넷 그룹(Circle Internet Group, CRCL) 등 가상자산 관련 IPO가 큰 흥행을 보인 뒤, 2026년에는 더 많은 스타트업이 “상장 창구가 열렸는지”를 다시 점검하는 국면으로 들어왔습니다.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 EY)의 IPO·스팩(SPAC) 자문 책임자인 마크 슈워츠(Mark Schwartz)는 2026년에 대한 낙관론이 커졌고, 투자자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거래가 더 늘어나며 IPO 파이프라인이 수년 만에 가장 탄탄한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상장 후보로 앤스로픽(Anthropic), 오픈AI(OpenAI), 스페이스X(SpaceX),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같은 ‘유니콘’들이 거론됩니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이야기만으로는 이미 충분히 유명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앞으로의 관건은, 상장 시장이 그 유명세를 어떤 가격으로 받아줄지, 그리고 상장 이후 실적과 사업 확장 속도가 기대를 따라갈지에 달려 있습니다. 비트고가 보여준 “장중 열광, 종가 차분”의 패턴은, 2026년 IPO 시장이 전반적으로 ‘환호는 하되, 가격은 냉정하게’라는 모드에 가까울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IPO 시장의 온도계는 가상자산만이 아닙니다
같은 주간에 또 다른 유니콘인 이큅먼트셰어(EquipmentShare, EQPT)도 상장을 준비했습니다. 건설 장비 임대 기업인 이큅먼트셰어는 3,050만 주를 주당 23.50~25.50달러 범위에서 공모해 7억4,700만달러 조달을 목표로 제시했고, 범위 상단 기준 기업가치는 약 68억달러로 거론됩니다.
가상자산과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이 같은 시기에 공모 시장을 두드린다는 사실은, 투자자 심리가 특정 테마 하나로만 움직이지 않고 “상장 시장 전반의 문이 열리는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비트고 IPO의 진짜 의미는 화려한 첫날 상승률이 아니라, “상장 시장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났는가”에 있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군을 다루는 기업이라도, 수익성·수수료 기반 사업·규제 환경 같은 현실 요건을 갖추면 자본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평가 기준은 예전보다 훨씬 냉정합니다. 2026년 IPO 시장은 ‘스토리’보다 ‘지속가능한 숫자’를 먼저 묻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이동하고 있습니다.
참고 출처: BitGo Is 2026’s First Big IPO. It May Set the Stage for Anthropic and SpaceX. - Barr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