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웨이브의 온칩 극저온 제어 기술이 바꾸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로드맵

D-웨이브의 ‘칩 안 냉각 제어’가 의미하는 것: 양자컴퓨터 대형화의 다음 관문

양자컴퓨팅이 “언젠가 세상을 바꿀 기술”로만 머무르지 않으려면, 결국 한 가지 문제를 넘어야 합니다. 실험실에서 가능한 수준을 넘어, 많은 수의 큐비트(qubit)를 안정적으로 다루면서도 장비를 현실적인 크기와 비용으로 줄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디웨이브 퀀텀(D-Wave Quantum, QBTS)이 내놓은 진전은 바로 이 지점, 즉 “양자컴퓨터를 더 크게 만들되, 더 복잡해지지 않게 만드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디웨이브가 양자칩 내부에 극저온 제어를 통합해 배선·장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어닐링과 게이트 기반 전략의 의미를 정리합니다.

양자컴퓨터가 커지지 못하는 이유: 큐비트는 너무 예민합니다

양자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인 큐비트는 매우 취약합니다. 주변 온도, 전자기적 잡음,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상태가 쉽게 흐트러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으로 유지해야 하고, 이 때문에 장비 구성 자체가 “연구실용”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게이트(gate)와 충실도(fidelity)입니다. 게이트는 양자 알고리즘을 실행하기 위해 큐비트에 특정 연산을 수행하는 핵심 구성요소인데, 그 연산이 의도대로 정확히 작동했는지를 0%~100% 범위로 나타내는 지표가 충실도입니다. 충실도가 100%에 가까울수록 “계산이 계획대로 수행됐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큐비트의 민감함 때문에 오류가 쌓이기 쉽고, 이 오류가 대형화의 발목을 잡습니다.


‘냉장고’와 배선 문제: 큐비트를 늘리면 장비가 폭증합니다

현재 많은 양자컴퓨터는 프로세서를 극저온으로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극저온 장치(통칭 ‘프리지’, 냉각 인클로저)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제어를 위한 배선과 제어 하드웨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큐비트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제어하려면 전기 신호를 넣고 빼야 하는데, 그 선이 많아지면 장치가 커지고 복잡해집니다. 결과적으로 “더 큰 양자컴퓨터를 만들수록 더 큰 냉각 장치와 더 많은 케이블이 필요해지는” 역설이 생깁니다.

디웨이브가 이번에 강조한 포인트는 이 병목을 완화하는 방향입니다. 핵심은 큐비트 제어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줄이면서도, 충실도(성능)를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즉, 더 많은 큐비트를 다루기 위해 ‘배선과 외부 장치’를 무한정 키우는 대신, 제어 방식을 더 집약적으로 만들어 물리적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입니다.


디웨이브의 핵심 진전: ‘칩 위’ 극저온 제어의 확장 가능성

디웨이브가 제시한 결과는 “극저온 제어를 거대한 외부 장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양자칩 내부(온칩)로 옮겨 담을 수 있다”는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되면 기대 효과가 분명해집니다.

  1. 물리적 자원(배선, 외부 하드웨어, 냉각 장치 규모)을 줄일 수 있습니다.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시스템 전체가 ‘괴물처럼’ 커지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2. 장비가 작아지고 단순해지면, 장기적으로는 실험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업적 형태에 가까워집니다.

  3.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능입니다. 단순히 작게 만드는 데서 끝나면 의미가 없는데, 디웨이브는 “성능을 희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어닐링’과 ‘게이트 기반’의 차이: 왜 이번 확장이 중요할까요?

디웨이브를 이해하려면, 이 회사의 정체성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디웨이브는 전통적으로 어닐링(annealing) 방식을 중심으로 상업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어닐링은 모든 양자컴퓨팅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특히 최적화(optimization) 문제에 강점을 보이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일정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짜거나(스케줄링), 공급망에서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줄이는 경로를 찾는(서플라이 체인 최적화) 문제처럼 “가능한 해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최선의 답을 빠르게 찾는” 분야에 맞습니다. 실제로 디웨이브 고객들은 이런 최적화 과제에 기술을 활용해 왔습니다.

한편, 업계가 더 큰 꿈을 거는 쪽은 게이트 기반(gate-based) 양자컴퓨터입니다. 이 방식은 다양한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더 넓고, 이론적으로는 고전 컴퓨터 대비 “비약적인 속도 향상” 가능성이 논의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국제 비즈니스 머신(IBM, IBM)과 구글(Google) 같은 대형 기술 기업, 

그리고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 RGTI), 아이온큐(IonQ, IONQ) 같은 순수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주로 이 분야에 집중해 왔습니다. 특히 IBM 리서치의 제이 감베타(Jay Gambetta)는 게이트 기반 방식이 고전 컴퓨팅 대비 ‘지수적 속도 향상’이 가능한 경로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바도 있습니다.

그런데 디웨이브가 이번에 보여준 의미는 분명합니다. 원래 어닐링용으로 개발해 실제 시스템에 적용해 온 온칩 극저온 제어 기술이, 어닐링에만 머무르지 않고 게이트 기반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길을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즉, 디웨이브가 단일 노선이 아니라 “어닐링(즉시 상업성) + 게이트 기반(장기 확장성)”을 함께 가져가는 ‘투 트랙’ 전략에서 기술적 설득력을 높인 셈입니다.


시장의 반응: 기술 진전과 주가 변동성은 별개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단기 주가 반응입니다. 디웨이브 주가는 이 소식 이후 약 2.7% 하락했습니다. 같은 날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S&P 500 지수(S&P 500, SPX)는 약 0.6% 상승 흐름이었습니다. 디웨이브 주가는 직전 거래일에 8.9% 상승한 뒤라, 단기적으로는 급등에 따른 되돌림 성격도 엿보입니다.

동종업계 주가도 함께 흔들렸습니다. 리게티는 약 3.3% 하락했고, 아이온큐는 약 1.1% 내렸습니다. 반면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을 담는 디파이언스 퀀텀 ETF(Defiance Quantum ETF)는 약 1.6% 상승했는데, 인공지능 관련 주식 강세가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한 흐름으로 해석됩니다. 이 대목은 “개별 기업의 기술 뉴스”와 “테마 자금의 흐름”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디웨이브의 포지셔닝: ‘즉시 돈이 되는 영역’과 ‘미래의 큰 시장’을 동시에 노립니다

시장 관점에서 디웨이브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어닐링 방식은 전체 양자컴퓨팅 시장의 약 25% 정도를 차지하는 영역으로 추정되는데, 최적화 문제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빠른 상업 적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디웨이브는 이 어닐링 분야에서 선도 기업으로 꼽히며, 이미 활용 사례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은 거셉니다. 구글이나 IBM 같은 대형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순수 양자컴퓨팅 기업들도 게이트 기반 쪽에 투자를 집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웨이브는 어닐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게이트 기반 시스템으로 확장 가능한 기반을 마련해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제프리스(Jefferies)는 최근 양자 관련 종목들을 커버리지하면서 디웨이브의 ‘두 갈래 접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스케일업’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느냐 입니다

디웨이브는 1999년 설립 이후 한때 게이트 기반 모델도 검토했지만, 이후 어닐링으로 방향을 크게 틀었다가 2021년에 게이트 기반 분야로의 복귀를 공식화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그 복귀 선언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대형화의 병목을 줄이는 현실적 기술”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양자컴퓨팅은 늘 그렇듯, 한 번의 기술 성과가 곧바로 “대중적 상용화”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큐비트 수 확대, 오류율 관리, 제조 공정의 안정성, 비용 구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배선과 냉각 장치의 부담을 줄이면서 성능을 유지하는 방향”은 업계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를 정면에서 겨냥한 만큼, 향후 이 기술이 더 큰 시스템 설계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핵심 체크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디웨이브는 1월 말 이틀 일정의 ‘큐비츠 2026(Qubits 2026)’ 콘퍼런스에서 관련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입니다.


출처:  D-Wave Takes a Step Toward Large-Scale Commercial Quantum Computing - Barr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