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베네수엘라 발언이 대만 위기의 예고편이 되는 이유
중국이 베네수엘라를 말하는 방식이 바뀌면, 대만의 미래도 바뀔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대통령을 확보한 사건을 두고, 세계는 주로 “정당했는가, 무리였는가” 같은 법적·정치적 논쟁에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베이징이 가장 집중하는 지점은 조금 다릅니다. 중국은 이 사안을 대만 유사시를 대비한 ‘말의 전쟁’ 예행연습으로 보고, 국제 여론을 움직이는 문장과 프레임을 정교하게 쌓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중국이 대만에 군사 행동을 시도할 때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상륙 작전 그 자체”만이 아닙니다. 그 직후 따라올 수 있는 제재, 수출 통제, 해운·보험 경고, 금융 제약이 한 덩어리로 묶여 들어오는 순간, 중국의 경제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따라서 중국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전쟁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최소한 세계가 한 목소리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 즉 국제 공조를 느슨하게 풀어놓는 것입니다.
‘군사 행동’이 아니라 ‘정당화’가 전장을 넓힙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사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행동 자체를 그대로 따라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눈여겨볼 대목은 홍보·외교 전략입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두고 “일방적 괴롭힘”, “국제 질서 훼손” 같은 표현을 앞세워, 미국을 ‘규칙을 깨는 국가’로 규정하려 합니다.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도 이런 방향의 비판을 공개적으로 쏟아냈습니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을 막는다”가 아닙니다. 중국은 미국을 실제로 저지하기보다, 제3국들이 미국 편에 서는 것을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미국의 군사 행동을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거나, 제재·수출 통제에 동참하는 순간 국내 정치와 외교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중국은 파고듭니다.
그래서 베이징은 러시아와 발을 맞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이슈를 끌고 가며, 미국의 행동을 “식민지적 약탈”, “자원 제국주의” 같은 프레임으로 포장했습니다. 왕이(Wang Yi)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을 “세계의 판사처럼 군다”는 취지로 비판하며,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반감을 자극했습니다.
이런 언어는 라틴아메리카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만 유사시 중국은 “미국 패권”, “외부 간섭”이라는 단어를 훨씬 더 공격적으로 사용해, 미국과 일본 같은 나라가 개입하거나 동맹을 모으는 것을 어렵게 만들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만 위기의 승부처는 ‘상륙’보다 먼저 열립니다
대만 위기는 전통적인 전쟁 이미지처럼 어느 날 갑자기 대규모 상륙이 시작되며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시장과 기업들은 그런 장면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시장은 “전쟁이 시작됐는가”보다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는가”를 더 먼저 봅니다.
대만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연결고리에는 매우 현실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안전한 통신, 정부 기능의 연속성, 항만과 물류 거점, 해저 케이블, 위성 통신, 공급망, 금융 결제 시스템 같은 요소들입니다. 이 노드들에 스트레스가 걸리는 순간 시장은 가격을 재조정합니다. 더 무서운 것은 “실제 스트레스”만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있다는 인식 자체만으로도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중국에게 중요한 목표가 하나 더 생깁니다. “군사 행동을 감행하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이 ‘평소와 다름없다’고 믿게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 ‘정당화’ 프레임을 심고, 동시에 시장을 안심시키는 듯한 메시지를 던지면, 제재나 통제 조치가 느리게 나오거나 분열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러시아가 실패한 ‘명분 전쟁’을 중국은 다르게 풀려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Ukraine)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나치 국가”라고 부르며 ‘정당한 전쟁’인 것처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그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러시아는 광범위한 제재와 고립을 맞았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두고 사용하는 핵심 주장도 사실상 비슷한 구조입니다. 중국은 “대만은 항상 중국의 일부였다”는 메시지를 반복하지만, 국제사회가 이를 어느 정도까지 ‘사실’로 받아들이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투자자와 기업이 어려워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둘러싼 믿음’이 정책과 시장 반응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 거짓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말을 믿게 되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전쟁이 터진 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국제 이슈가 반복될 때 조금씩 쌓입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두고 중국이 외교 언어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는지 살펴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 문장’이 아니라 ‘연합의 균열’
중국의 메시지가 먹혔는지 아닌지는, 화려한 성명보다 연합이 얼마나 느슨해졌는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과 자주 함께 움직이던 국가들이, 중국이 제시한 절차적 안건을 반대하지 않고 기권하는 방식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면, 그 자체가 균열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외교 문장의 온도입니다. 동남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이나 태평양 섬나라 포럼 같은 지역 다자 틀에서 대만 관련 언급이 나올 때, 명확한 원칙 대신 “모든 당사자의 자제”, “평화적 해결” 같은 무난한 표현만 남고 대만에 대한 구체적 지지나 우려가 사라진다면, 이는 외교적 미끄러짐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संकेत일 수 있습니다.
국빈 방문의 발언도 힌트가 됩니다. 예컨대 아일랜드(Ireland) 총리 미홀 마틴(Micheál Martin), 한국의 이재명(Lee Jae Myung) 대통령처럼 베이징을 찾는 주요 인사들이 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어떤 단어를 쓰는지, 표현이 얼마나 구체적인지에 따라 향후 위기 시 조율 비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말이 모호해질수록, 위기가 왔을 때 “같이 움직이자”는 요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군사·방위 협력의 속도도 봐야 합니다. 일본이 필리핀(Philippines)과의 접근·물류 협력을 얼마나 빠르게 밀어붙이는지, 호주(Australia)가 인도네시아(Indonesia)와의 협력에서 어떤 속도를 보이는지 같은 지표가 둔화되면, 위기 대응의 빈틈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이 특히 주목해야 할 이유: ‘동참 비용’을 높이는 설계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대만 위기에서 가장 난감한 위치 중 하나에 놓일 수 있습니다. 안보 측면에서는 한미동맹(미국과의 동맹)과 역내 안정이 중요하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교역·공급망 연결이 매우 깊습니다. 이런 나라일수록 중국이 원하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명확히 미국 편에 서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두고 “미국의 제국주의” 같은 프레임을 강화하면, 대만 유사시에도 비슷한 언어로 대한민국국을 포함한 중간 지대 국가들의 부담을 키우려 할 수 있습니다. 국제 공조가 단단하면 제재나 통제 조치가 빠르게 패키지로 움직이지만, 공조가 느슨하면 조치가 늦고 갈라집니다. 중국은 바로 그 틈을 노립니다.
따라서 지금의 관찰은 정치적 호기심이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의 리스크 관리와 직결됩니다. 대만 문제는 “언젠가”가 아니라, 이미 언어와 외교의 형태로 진행 중인 위기일 수 있습니다. 대만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예언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이 국제사회를 설득하려는 방식이 어떤 방향으로 굳어지는지는 비교적 빨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시장이 움직이는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정책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Watch Closely How China Talks About Venezuela. It’s the Taiwan Playbook. - Barr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