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의 반격: 챗GPT 이후 AI 경쟁 구도가 바뀐 이유

제미나이의 역전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이 본격화된 뒤 한동안 분위기는 오픈AI(OpenAI)의 챗GPT(ChatGPT)가 사실상 시장을 독주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2024년 하반기부터 구글(Google, GOOG)이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고, 2025년 말에는 한때 뒤처졌던 구글이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확산됐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모델 성능이 좋아졌다”는 한 줄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구글이 가진 구조적 강점—연구 기반, 맞춤형 하드웨어 투자,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검색(Search)이라는 거대한 사업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AI를 얹는 방법—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에 가깝습니다.


구글이 제미나이와 AI 모드로 검색을 재설계하며 AI 경쟁에서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섰습니다. 조직 통합과 자체 칩 전략까지 정리합니다.

챗GPT가 만든 충격, 그리고 구글의 ‘늦은 출발’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을 매우 오래 전부터 연구해 온 회사입니다.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최고경영자는 2015년 취임 이후 “모바일 중심 시대 다음은 AI 중심 시대”라고 선언했고, 구글은 일찍부터 대규모 연구 인력을 쌓아 왔습니다. 

2011년에는 구글 브레인(Google Brain)을 세워 대형 신경망 연구의 기반을 다졌고, 2014년에는 딥마인드(DeepMind)를 인수해 알파고(AlphaGo)로 상징되는 초고난도 AI 연구 역량도 끌어안았습니다.

그럼에도 대중이 체감하는 ‘챗봇’ 시장에서는 구글이 먼저 치고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조심스러움에 가까웠습니다. 챗봇은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내는 만큼,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답변을 내놓을 위험이 있고, 실제로 초기 모델 테스트에서 차별적 표현을 유도하기 쉽다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구글 내부에서는 이런 위험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고, 그 결과 빠르게 공개해 사용자를 모으는 방식에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반면 오픈AI는 챗GPT를 대중에게 빠르게 개방했습니다. 공개 직후 며칠 만에 백만 명이 가입했고, 사람들은 제한 없이 대화하고 글을 만들고 코드를 작성하는 경험을 공유하며 폭발적으로 퍼뜨렸습니다. 

이 장면은 구글 내부에 큰 충격이 됐습니다. “우리가 오래 연구해 온 기술인데, 사용자 경험 시장에서는 우리가 뒤처졌다”는 불만과 위기감이 동시에 커졌고, 투자자들은 구글의 검색과 광고 모델이 챗봇 때문에 흔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드’의 실수와 뼈아픈 교훈

구글은 빠르게 대응하려 했고, 그 결과물이 바드(Bard)였습니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끗했습니다. 홍보 영상에서 바드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에 대한 질문에 사실과 다른 답을 내놓았고, 이 실수는 곧바로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알파벳(Alphabet) 주가는 하루에 8% 하락할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이 사건은 구글에게 특히 치명적이었습니다. 구글은 단순히 “챗봇 하나”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인터넷 사용의 출발점인 검색을 통해 막대한 광고 수익을 벌어온 기업입니다. 

검색은 사람들이 매일 쓰는 인프라인데, 여기에 AI를 얹는 순간 “정확도와 신뢰”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한 번만 크게 틀려도 사용자 불만이 폭발하고, 그 불만은 즉시 브랜드와 사업 모델을 흔들 수 있습니다.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의 통합이 만든 속도

구글의 반격은 조직 개편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핵심은 두 축이었던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를 “훈련과 제품화”라는 한 방향으로 묶는 일이었습니다. 제프 딘(Jeff Dean)과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그리고 2022년에 합류한 제임스 매니카(James Manyika) 등이 중심이 되어 더 강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2023년 1월에는 알파벳 이사회에 “가장 똑똑한 모델”을 만들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이 통합은 쉽지 않았습니다. 연구 중심 문화와 제품 중심 문화가 충돌했고, 속도와 안전의 균형을 두고 내부 긴장도 있었습니다. 다만 구글은 오픈AI와 결정적으로 다른 무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오픈AI가 계속해서 외부 투자금을 조달해야 했다면, 구글은 막대한 현금흐름으로 연구개발을 밀어붙일 수 있었습니다. 이 자금력은 단순히 인력 확충이 아니라, AI 경쟁의 핵심 자원인 “컴퓨팅 능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데 쓰였습니다.


구글의 ‘맞춤형 칩’ TPU의 힘

구글의 진짜 강점은 하드웨어 전략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구글은 AI가 지금처럼 폭발하기 훨씬 전부터 자체 AI 칩을 설계해 왔습니다. 텐서 처리 장치(Tensor Processing Unit, TPU)라고 불리는 이 칩은 대규모 AI 연산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고, 전력 효율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생성형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 선택이 ‘게임 체인저’가 됐습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비용은 칩과 전력, 데이터센터 운영비로 환산되는데, 자체 칩이 있으면 모델을 돌리는 비용을 낮추고 공급망 리스크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글은 최신 칩 아이언우드(Ironwood)가 AI 모델 운영 비용을 크게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합니다.

이 부분은 단순 기술 자랑이 아니라, 경쟁 구도의 핵심입니다. AI는 “좋은 모델”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모델을 수억 명이 쓰는 서비스로 돌릴 수 있어야 하고, 그럴수록 비용 구조가 승패를 가릅니다. 구글이 다시 힘을 회복한 배경에는 ‘AI를 운영할 체력’이 있다는 점이 깔려 있습니다.


프로젝트 매자이와 ‘AI 모드’가 만든 변화

구글이 AI를 키우면서도 검색 사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길은 검색 자체를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내부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매자이(Project Magi)’로 불렸고, 2024년에 검색 부문 부사장이 된 리즈 리드(Liz Reid)가 이를 이끌었습니다. 목표는 간단하지만 어려웠습니다. 사용자가 묻는 질문에 답이 한 웹페이지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검색이 빠르고 명확한 답을 제시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2024년 5월 소개된 AI 오버뷰(AI Overviews)입니다. 검색 결과 상단에 짧은 요약을 제공하는 방식인데, 구글은 이런 변화가 오히려 사용자의 검색을 더 복잡하고 깊게 만든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서 더 큰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AI 모드(AI Mode)’입니다. 검색을 챗봇처럼 대화형으로 바꾸는 옵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챗봇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검색을 챗봇처럼 재설계하면서도 검색 특유의 속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난이도를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내부 시연에서는 가능성과 어려움이 동시에 드러났고, 여러 번의 반복 끝에 팀 내부에서조차 “테스트 때문에 쓰는 기능이 아니라, 실제로 쓰고 싶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공개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나노 바나나’가 촉발한 폭발: 성공이 만든 재난, 그리고 컴퓨팅 병목

구글의 반전 서사를 상징하는 장면은 2024년 8월에 벌어집니다. 딥마인드의 신규 이미지 생성 기능이 AI 모델 랭킹 플랫폼에 올라갔고, 이름은 내부 프로젝트 매니저가 새벽에 즉석에서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나노 바나나(Nano Banana)”라는 별명 같은 이름이었는데, 공개 뒤 단기간에 성능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성공이 곧바로 위기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전 세계에서 이미지가 수백만, 수십억 단위로 생성되면서 구글이 예상한 사용량을 훨씬 초과했고, 컴퓨팅 자원이 모자라 서비스 운영이 어려워졌습니다. 구글 내부에서는 이를 ‘성공이 만든 재난(success disaster)’로 표현했고, 급하게 서버 시간을 빌려오는 방식으로 용량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이 대목은 AI 경쟁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좋은 모델을 만들면 끝”이 아니라, 대중이 몰릴 때 버틸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야 진짜 승자가 됩니다. 구글은 그 병목을 겪었고, 동시에 자체 칩과 인프라 운영 능력이 장기적으로 결정적 우위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한 셈입니다.


사용자 지표가 말해주는 흐름: 650만이 아니라 6억5000만입니다

구글은 제미나이(Gemini) 앱이 한때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 되기도 했고, 2024년 10월에는 제미나이가 월간 사용자 6억5000만 명을 넘었다고 설명합니다. 불과 7월의 4억5000만 명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사용자 수에서 오픈AI는 여전히 강합니다. 챗GPT는 훨씬 더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것으로 언급됩니다. 다만 구글이 강조하는 지점은 “추격”이 아니라 “역전 가능성이 현실화됐다”는 분위기입니다. 2025년 11월 공개된 최신 제미나이 모델은 여러 지표에서 챗GPT를 앞섰고, 이 소식은 알파벳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오픈AI 내부에 ‘코드 레드(Code Red)’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구글의 검색 독점 소송이 AI 덕분에 완화된 아이러니

구글에게 AI는 위협이자 기회였습니다. 2024년 8월, 미국 연방 판사는 구글이 온라인 검색과 검색 광고에서 불법 독점을 가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구글이 애플(Apple)에게 연간 200억달러를 지급하며 아이폰 사파리(Safari)에서 기본 검색엔진 지위를 유지한 계약이 반경쟁적이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구글은 이 재판 과정에서 “AI 챗봇의 등장이 검색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꿔, 구글의 독점은 이미 약화됐다”는 논리를 폈고, 법원은 올해(기사 시점 기준) 애플 계약을 큰 틀에서 유지하되 일부 수정하는 수준으로 허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과적으로 “AI가 검색을 위협한다”는 논리가, 반대로 구글이 더 강한 제재를 피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된 셈입니다.


성능보다 중요한 세 가지

구글의 역전은 제미나이의 성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다음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렸을 때 설득력이 커집니다.

첫째, 장기 연구 기반과 인재 복귀입니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다시 현업에 깊숙이 관여했고, 기술적 문제를 직접 점검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2024년에는 AI 연구자 다니엘 드 프레이타스(Daniel De Freitas)와 노엄 셰이저(Noam Shazeer)가 창업했던 스타트업을 27억달러에 인수해 이들을 다시 영입했고, 이들이 제미나이 개발을 이끌었다는 맥락이 제시됩니다.

둘째, 맞춤형 칩과 비용 구조입니다.

 AI 시대에 비용은 곧 경쟁력입니다. 구글의 TPU와 아이언우드 같은 칩은 모델 운영비를 낮추며,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하는 데 유리합니다.

셋째, 검색을 지키면서 바꾸는 실행력입니다. 

AI 오버뷰와 AI 모드는 ‘검색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대수술인데, 구글은 이를 단계적으로 실험하고 확장하면서도 속도와 품질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검색은 실수 한 번으로도 신뢰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이 전환을 실행했다는 자체가 구글에게는 큰 의미입니다.


오픈AI는 더 빠르게, 구글은 더 크게

이제 경쟁의 초점은 “누가 먼저 만들었나”에서 “누가 더 안정적으로 굴리나”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오픈AI는 빠른 제품 감각과 강한 사용자 기반을 갖고 있고, 구글은 연구·인프라·배포 채널을 한 몸처럼 묶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구글은 검색 광고, 유료 제미나이, 기업용 서비스, 자체 칩 판매까지 수익화 경로가 다층적이어서, AI 투자를 지속할 체력이 강합니다.

실제로 구글이 메타(Meta)에게 자사 칩을 수십억달러 규모로 판매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에 7% 떨어질 정도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이 사건은 “AI 칩 공급망”이 단순히 엔비디아 독주로 고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출처: How Google Got Its Groove Back and Edged Ahead of OpenAI - W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