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MD 동반 강세의 배경: AI 서버 CPU 매진, 10~15% 가격 인상 논의, 인텔 18A 수율 60%와 애플 파운드리 관측
“AI 서버 CPU가 다 팔렸다”는 신호가 만드는 2026년 반도체 지도
2026년 초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인텔(Intel, INTC)과 AMD(Advanced Micro Devices, AMD)가 동시에 강하게 반등하며 “올해는 칩 업체들에게 꽤 좋은 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끌어올렸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는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공급이 빠르게 소진되고, 가격 인상 논의까지 나오며, 여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 구도까지 얽히면서 2026년의 반도체 판이 “GPU만의 독주”에서 “CPU·파운드리·AI 인프라 동시 호황”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서버 CPU가 거의 매진”이라는 말의 무게
이번 흐름을 촉발한 것은 키뱅크(KeyBanc)의 존 빈(John Vinh) 애널리스트가 인텔과 AMD를 동시에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 조정한 판단입니다. 그는 AI 인프라 붐이 계속되면서 서버 CPU 수요가 강하게 붙었고, 두 회사가 올해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상당 부분 이미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습니다.
서버 CPU는 일반 PC용 CPU와 결이 다릅니다. 데이터센터는 한 번 증설하면 수천~수만 대 단위로 서버가 들어가고, 그 안의 CPU는 장기간 돌며 기업의 핵심 업무를 처리합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필요할 때 바로 확보”하지 못하면, AI 인프라 구축 일정이 통째로 밀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매진에 가깝다’는 표현은 단순한 재고 뉴스가 아니라, AI 인프라 증설이 여전히 강하고, 그 수요가 CPU 쪽으로도 본격 전이되고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인텔의 가격 인상 가능성: 10~15%가 시사하는 것
키뱅크의 체크(채널 조사)에 따르면 인텔은 서버 CPU가 “올해 물량이 거의 다 팔린 수준”이고, 수요가 강한 만큼 평균판매가격(ASP)을 10~15%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됩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가격 인상은 수요 우위 시장에서만 가능합니다. 데이터센터 고객들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일정과 성능 때문에 구매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버 CPU는 인텔의 이익 구조에서 핵심 축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으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AI가 GPU만 먹여 살린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실제로 AI 인프라를 세팅하는 과정에서는 CPU, 메모리, 네트워크, 전력·냉각까지 모든 부품이 함께 움직입니다. CPU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은, 그 전환이 꽤 깊게 진행 중이라는 뜻입니다.
키뱅크는 이 기대를 반영해 인텔의 목표주가를 60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월가에서 높은 편으로 언급됩니다. 상향 조정 이후 인텔 주가가 장중 6~7%대 상승 흐름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AMD도 같은 물결을 탑니다: 서버 CPU 매출 ‘최소 50% 성장’ 전망
흥미로운 점은 ‘인텔만 좋아졌다’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키뱅크는 AMD 역시 서버 CPU가 강하게 팔리고 있으며, 올해 서버 CPU 매출이 최소 50% 성장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AMD의 강점은 최근 몇 년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 왔다는 점입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GPU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CPU가 네트워크·스토리지·데이터 파이프라인과 맞물려 병목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AI 서버가 늘어날수록 CPU 역시 “덜 주목받지만 꼭 필요한 부품”에서 “대규모로 더 많이 필요한 부품”으로 바뀌는 구조입니다.
키뱅크는 AMD 목표주가를 270달러로 제시했고, 발표 시점에 AMD 주가도 6% 안팎 상승 흐름이 언급됩니다.
GPU 경쟁도 함께 커집니다: MI355·MI455, 그리고 ‘헬리오스’ 랙 스케일
이번 글에서 놓치기 쉬운 포인트는, CPU 호황 전망이 곧바로 GPU 수요 전망과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키뱅크는 AMD의 AI GPU(그래픽처리장치) 제품인 MI355와 MI455 판매가 확대되면서 연간 AI 관련 매출이 140억~150억달러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상반기 MI355가 약 20만 개 수준으로 보이고, 하반기에는 MI455가 의미 있게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됩니다. 그중에서도 29만~30만 개가 AMD의 랙 스케일 솔루션인 헬리오스(Helios)에 투입되는 목표가 언급됩니다.
이 부분은 AI 인프라 시장이 “칩 단품 판매”를 넘어 “랙 단위·데이터센터 단위의 통합 솔루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GPU를 몇 장 사는 것보다, 서버·네트워크·소프트웨어까지 묶인 형태로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헬리오스’ 같은 이름이 시장의 문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AMD가 그 통합 경쟁에서 체급을 키우려 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인텔 파운드리의 또 다른 반전: 18A가 “TSMC를 이기진 못해도 2등이 될 수 있다”
인텔의 반등 논리에서 CPU 못지않게 큰 축은 파운드리입니다. 키뱅크는 인텔의 18A 공정이 업계 1위인 TSMC(대만반도체제조,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2330)를 정면으로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보다 앞선 2위급 파운드리로 올라설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핵심 근거로는 18A 수율(yield)이 60%를 넘는 수준까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됩니다.
수율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단어입니다. 같은 설계를 찍어도 불량이 많으면 고객은 맡기지 못합니다. 수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실험실 단계”에서 “상업적 생산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어서, 투자자들이 파운드리 스토리를 다시 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됩니다.
애플이 인텔 파운드리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관측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애플(Apple, AAPL)과의 연결입니다. 키뱅크는 애플이 2027년부터 맥북과 아이패드용 저가형(로우엔드) 프로세서를 인텔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수 있는 고객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텔의 차세대 14A 공정을 활용해 2029년에는 아이폰용 저가형 A 시리즈 프로세서 생산 가능성을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됩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로 굳어질 경우 의미는 큽니다. 애플은 자체 칩 설계 역량이 강한 기업이고, 생산 파트너를 선택할 때 품질·일정·수율을 매우 엄격하게 봅니다. 그런 애플이 일부 물량이라도 인텔로 옮긴다면, 인텔 파운드리에 대한 신뢰가 ‘말’이 아니라 ‘실제 고객’으로 입증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붙습니다. 로우엔드 제품부터 시작한다는 뉘앙스는, 애플도 리스크를 관리하며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당장 대전환”으로 해석하기보다 “가능성 있는 신호”로 읽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칩메이커들에게 좋은 해”라는 말의 진짜 뜻
이번 흐름은 인텔과 AMD 각각의 호재로 보이지만, 더 크게 보면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한 ‘칩 생태계 전체’에 돈이 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시장은 엔비디아 중심의 GPU 공급망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런데 서버 CPU가 매진에 가깝고, 가격 인상 논의가 나오며, 파운드리 수율이 개선되고, 통합 랙 솔루션이 확산되는 흐름은 “AI 인프라 증설이 단품 몇 개를 넘어 시스템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물론 리스크도 분명합니다. AI 인프라 투자는 전력·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특정 분기에는 과잉 투자 논쟁이 커질 수 있고, 수요가 잠깐만 흔들려도 반도체 주가는 급격히 출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인텔의 파운드리 성공은 ‘수율 개선’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대형 고객을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 그리고 일정과 품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2026년 초 시장이 읽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AI 인프라가 계속 확장되는 한, 반도체 업황은 GPU 한 종목이 아니라 CPU·파운드리·통합 솔루션이 함께 움직이는 “더 넓은 사이클”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료 및 출처: Intel Stock Gains After Upgrade. What’s Behind the Optimism. - Barr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