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실적이 주가를 흔든 이유: 애플 카드 충당금과 신용카드 금리 10% 상한 논쟁

JP모건의 ‘이상한 4분기’가 던진 질문

미국 최대 은행인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JPM)가 4분기 실적을 내놓자, 시장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습니다. 숫자만 보면 “큰 문제 없다”는 평가도 가능한데, 주가는 오히려 크게 밀렸기 때문입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하나는 애플(Apple, AAPL)과의 신용카드 계약이 만든 ‘단기 충격’, 다른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던진 ‘신용카드 금리 상한’ 논쟁이 은행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점입니다.

이번 분기 실적은 그래서 단순히 “이익이 얼마 나왔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대형 은행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카드 사업을 키우려 할 때 어떤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치적 규제 리스크가 카드 사업의 수익 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흔들 수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JP모건 4분기 실적은 애플 카드 인수 충당금과 투자은행 수수료 부진, 트럼프의 카드 금리 10% 상한 발언이 겹치며 주가를 흔들었습니다.

이익은 줄었지만 ‘핵심 체력’은 남아 있습니다

제이피모건의 4분기 순이익은 130억달러로, 1년 전보다 7% 줄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4.63달러로 시장 예상치(4.85달러)를 밑돌았습니다. 이 정도면 “실적 미스”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실제로 주가가 장중 크게 흔들리며 약 3.8%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특수 요인’이 있습니다. 애플 카드 포트폴리오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제이피모건이 22억달러 규모의 신용충당금(미래 부실 대비 비용)을 쌓았고, 이 영향이 주당순이익을 0.60달러 깎았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즉, 이번 분기 숫자에는 신규 사업을 가져오기 위해 선제적으로 비용을 반영한 부분이 크게 들어가 있습니다.

이 특수 요인을 제외하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조정 기준으로 순이익은 147억달러, 주당 5.23달러로 올라가며, 시장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충당금이라는 일회성 성격의 비용을 빼면 생각보다 실적이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애플 카드’는 좋은 딜이지만, 시작부터 비용이 큽니다

이번 분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애플 카드입니다. 애플은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이고, 카드 이용자층도 두텁습니다. 제이피모건 입장에서 애플 카드 발행사가 된다는 것은 카드 사업을 키우는 데 강력한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장기적으로 좋을 수 있다”는 기대보다 “단기적으로 얼마나 비용이 큰가”를 먼저 봤습니다. 제이피모건이 애플의 카드 포트폴리오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충당금을 22억달러나 쌓았다는 사실은, 카드 사업이 본질적으로 경기·연체율에 민감하고, 인수 과정에서 리스크를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애플 카드의 성장과 수익이 확실해지기까지, 이런 비용이 또 나올 수 있나?”라는 의심입니다. 특히 금리 고점 이후 소비자 신용에 대한 경계심이 남아 있는 환경에서는, 카드 포트폴리오 확장이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불안 요인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투자은행 수수료가 흔들린 점도 부담이었습니다

제이피모건이 늘 강점을 보여왔던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아쉬운 숫자가 나왔습니다. 투자은행 수수료가 1년 전보다 5% 줄었고, 직전 분기 대비로는 11% 감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급의 은행이 기대치를 놓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완전히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딜 파이프라인(인수합병·자금조달 등 거래 후보군)이 견고하다는 설명이 이어진다면, 초기의 ‘실망감’을 일부 만회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즉, 이번 분기는 숫자 자체가 약했다기보다 “제이피모건답지 않게” 기대를 못 맞췄다는 심리적 충격이 컸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신용카드 금리 10% 상한”이라는 정치 변수

실적 발표 직전, 시장을 더 흔든 변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용카드 이자율에 대해 “일시적으로 10% 상한을 두겠다”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이 발언 이후 제이피모건을 포함한 은행주가 함께 약세를 보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단독으로 이런 상한을 바로 시행하기는 어렵고, 과거에도 의회에서 비슷한 법안이 논의된 적이 있다는 점이 함께 거론됩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민감했던 이유는, 카드 사업이 은행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상한제가 실제 논의 궤도에 오르는 순간 수익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오래전부터 금리 상한에 반대해 왔습니다. 상한이 생기면 카드 사업 수익이 크게 줄고, 그 결과 은행이 ‘리스크가 큰 고객’에게는 아예 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은행 로비 단체들은 특히 “신용이 나쁜 차주가 더 위험한 대출(예: 급전 대출 같은 고금리 대안)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제이피모건 최고재무책임자 제러미 바넘(Jeremy Barnum)도 이 상한이 현실화되면 소비자와 경제에 모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하며, 만약 정말 시행된다면 카드 사업을 “크게 바꾸고,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언급했습니다. 즉, 이 논쟁은 단순히 “이자를 낮추자”가 아니라, 은행이 신용 공급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순이자이익과 매출 증가

시장 반응이 거칠었지만, 제이피모건의 기초 체력이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회사 전체 매출은 458억달러로 1년 전보다 7% 늘었고, 핵심 수익원인 순이자이익(NII)도 251억달러로 7% 증가했습니다. 금리 환경이 여전히 은행의 이자수익에 힘을 실어주는 구간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제이피모건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미국 경제가 “탄력적(resilient)”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고용시장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조짐은 뚜렷하지 않고, 소비는 계속되고 있으며 기업 전반의 건강도 유지되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 발언은 “소비자 신용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보다는, 경기의 기본 흐름이 아직 버티고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성장 투자’가 곧 ‘비용 증가’로 보일 때

제이피모건은 2026년 연간 비용(지출)이 9% 늘어 1,05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동시에 2026년 순이자이익은 3% 늘어 950억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비용 증가 전망은 최근 시장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점입니다. 실제로 제이피모건 소비자·커뮤니티 뱅크 부문 책임자인 매리앤 레이크(Marianne Lake)가 지난해 12월 “2026년 비용이 시장 예상보다 더 늘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을 때, 주가가 하루에 거의 5% 가까이 하락한 전례도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비용 증가는 대개 ‘투자’와 연결됩니다. 디지털 전환, 리스크 관리, 규제 대응, 인력 확충 같은 영역은 돈이 들어가지만, 장기 경쟁력에는 필요한 항목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넘 CFO는 비용 증가가 “가장 큰 기회가 있는 영역에 맞춰지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이익률이 눌릴 수 있다”는 걱정을 먼저 하게 됩니다. 이번 분기에서 그 심리가 특히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2025년은 역사적 호황, 2026년은 ‘정상화+정치 리스크’의 해

제이피모건은 2025년 순이익이 57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고, 이는 2024년의 585억달러(사상 최고치)에서 소폭 내려온 수준입니다. 엄청난 이익을 벌어들인 해가 연속으로 이어졌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기록은 결제(payments) 사업입니다. 이 부문 매출이 51억달러로 1년 전보다 9%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언급됩니다. 예금 잔액 증가와 수수료 확대가 힘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제이피모건이 단지 “대출로 돈 버는 은행”이 아니라, 기업·개인 결제 인프라를 통해 수수료 기반 수익을 키우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주가 흐름을 보면, 제이피모건은 2025년에 34% 상승해 S&P 500(16% 상승)을 크게 앞섰고, 2026년 1월 초에는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 9,000억달러를 처음 넘기며 미국에서 13번째로 그 수준에 올라선 기업이 됐습니다. 즉, 시장은 이미 제이피모건을 “미국 금융의 절대강자”로 충분히 높게 평가해 온 상태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높은 기대가 4분기에는 역으로 부담이 됐습니다. 애플 카드처럼 큰 거래를 성사시켜도 단기 비용이 커지면 실망이 커지고, 카드 금리 상한 같은 정치적 발언이 나오면 “은행의 가장 돈 되는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이 확대됩니다. 비용 전망이 높게 나오면 “투자”가 아니라 “마진 압박”으로 읽힙니다. 이것이 이번 분기 주가가 유난히 예민했던 이유입니다.


‘애플 카드의 수익화’와 ‘카드 규제 논쟁의 현실화’

향후 제이피모건 주가의 방향을 좌우할 변수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첫째, 애플 카드 포트폴리오 인수가 단기 충당금 부담을 넘어 실제로 카드 수익과 고객 기반 확대로 이어지는지입니다. 시장은 이미 “애플이라는 이름값”은 인정하지만, 그 이름값이 은행의 이익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되는지를 보려 할 것입니다.

둘째, 신용카드 금리 10% 상한 논쟁이 실제 입법·규제 논의로 발전하는지입니다. 이 사안은 단지 카드 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의 신용 공급 방식과 취약 차주가 접근할 금융의 형태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현실화 가능성이 낮더라도, 논쟁이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은행주에는 ‘할인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비용 증가가 “기회에 대한 투자”로 설득력을 얻는지, 아니면 “이익률을 깎는 구조적 부담”으로 굳어지는지입니다. 제이피모건은 이미 거대한 규모의 은행이기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는 순간 시장은 더 엄격하게 증거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분기는 그 모든 질문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실적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이피모건이 앞으로 “카드 사업 확장”과 “정치·규제 리스크”라는 두 개의 파도를 어떻게 함께 넘느냐입니다.


자료 및 출처: JPMorgan’s Unusual Fourth Earnings Weigh on Stock. Blame Apple? - Barr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