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주가가 시장 하락 속에서도 오른 이유: DRAM·NAND 공급 부족과 AI 수요의 힘
마이크론 주가가 시장 하락 속에서도 돋보인 이유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는 보통 “어떤 종목이 덜 빠졌는가”가 화제가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시장이 전반적으로 내려가는 날에도 오히려 강하게 오르는 업종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심에 메모리 반도체가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MU)는 연초 이후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상태에서도, 시장이 약세로 기울던 장에서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시장이 흔들려도 메모리 주식이 강했던 배경
월요일 아침, S&P500 지수에서 상승 종목은 500개 중 134개에 그칠 정도로 분위기가 무거웠습니다. 그럼에도 메모리·스토리지 쪽에서는 강세 종목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샌디스크(Sandisk, SNDK), 웨스턴 디지털(Western Digital, WDC), 마이크론, 씨게이트 테크놀로지(Seagate Technology, STX)처럼 저장장치와 메모리 공급망에 걸쳐 있는 기업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지금 시장이 찾는 성장 동력은 여전히 AI 인프라 쪽”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확인시켰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테마 장세’가 아니라, 가격(메모리 단가) 자체가 더 오래, 더 강하게 갈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메모리는 대표적인 경기 순환 산업이라, 수요가 조금만 꺾여도 가격이 급락하고 기업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요가 탄탄한 데다 공급 측도 이전처럼 무리하게 증설하지 않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AI가 메모리 수요를 ‘질적으로’ 바꿨습니다
AI 열풍을 이야기할 때 많은 분이 GPU 같은 연산칩을 먼저 떠올리십니다. 하지만 AI 모델을 훈련하고 서비스로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연산칩만큼이나 메모리(DRAM)와 낸드(NAND 플래시)가 중요합니다. AI 서버는 데이터를 빠르게 불러오고 처리해야 하므로, 고성능 메모리를 대량으로 붙여야 합니다. 또한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저장장치도 함께 필요해져, 낸드 수요도 뒤따라 커집니다.
이처럼 AI 인프라가 확장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공급 조절에 더 ‘규율 있게’ 움직인다는 점이 시장의 기대를 키웠습니다. 수요가 늘면 공급업체가 즉시 대규모 증설로 대응하던 과거 패턴과 달리, 지금은 공급을 조절하면서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장기 계약을 확보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부족 현상은 완화가 아니라 악화”라는 말이 주는 의미
메모리 가격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공급 부족’입니다. TD 코웬(TD Cowen)의 애널리스트 크리시 산카(Krish Sankar)는 DRAM과 NAND 모두에서 부족 현상이 “개선이 아니라 악화”되는 흐름이라고 봤습니다. 부족이 길어지면 가격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이런 가격 흐름이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메모리 가격은 보통 빠르게 방향이 바뀌는 특성이 있어, 전망을 ‘모델에 완전히 반영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주목한 문장은 따로 있었습니다. 마이크론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 50달러 수준까지도 기대될 수 있다는 언급입니다. 이는 시장 평균 전망치인 35.54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 주가에 반영된 실적 기대치 자체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므로, 주가에 즉각적인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 계약이 늘어나면, ‘사이클 산업’의 성격이 바뀝니다
메모리 업황이 좋을 때 기업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가격을 올리는 것이고, 둘째는 그 가격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가 장기 계약입니다. 산카는 마이크론이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을 확보하는 능력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특히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DELL) 경영진이 “부족 현상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점이 함께 거론됐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더 길게 보고, 이런 긴 공급 타이트함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전해졌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시장이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지금은 구매자(고객)보다 공급자(메모리 업체)가 조건을 더 주도할 수 있는 구간이라는 점입니다.
장기 계약이 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과거처럼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실적이 급락하는 구조에서 조금씩 벗어나, 매출과 이익의 가시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즉, 메모리 업종이 완전히 ‘방어적’이 될 수는 없지만, 변동성이 일부 완화되며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밸류에이션)를 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데이터센터의 지출 구조도 ‘메모리 쪽 비중 확대’로 기울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데이터센터 투자 주체들의 지출 구조입니다. 산카는 메모리 가격이 오르는 환경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자본지출에서 DRAM과 NAND가 차지하는 비중이 중후반대(‘10%대 중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AI 서버가 늘고, 서버당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며, 가격까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예산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몫”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장기 계약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물량을 확보해야 하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장기 계약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요 확대 → 공급 타이트 → 가격 강세 → 장기 계약 확대”라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목표주가 450달러 상향이 의미하는 것
산카는 마이크론에 대한 목표주가를 300달러에서 450달러로 올렸고, 이는 당시 종가 대비 약 24%의 추가 상승 여력을 의미한다고 제시했습니다. 목표주가 상향의 핵심 논리는 단순합니다.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마이크론의 이익 체력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목표주가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 기반’입니다. 다만 시장이 불안해도 특정 업종이 오를 때, 투자자들은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실적 방향이 뚜렷한 곳으로 돈이 간다.” 관세 부담이나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국면에서도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는 AI 인프라 투자가 당장 꺾이지 않는다면, 메모리 업종은 상대적으로 선명한 성장 이야기로 남을 수 있습니다.
장비주보다 메모리주가 더 유리하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AI 열풍의 또 다른 수혜처로는 반도체 장비주가 자주 거론됩니다. 대표적으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AMAT), 램리서치(Lam Research, LRCX) 같은 기업들입니다. 그런데 산카는 마이크론이 이런 장비주들보다도 계속 더 좋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유는 생산 능력 확대에 물리적 제약이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클린룸’ 같은 특수 시설과 공정 인프라가 필수인데, 이런 공간과 설비는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습니다. 공급이 빠르게 늘지 못하면, 메모리 가격과 공급업체의 협상력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습니다. 즉, 투자자의 관심이 “설비 투자 확대”보다 “가격 결정력과 이익 확장”에 더 집중될 때는 메모리 업체가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불안한 시장일수록, 확실한 수요가 있는 곳으로 자금이 몰립니다”
이번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장 전체가 흔들려도, AI가 만들어내는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강하고, 공급은 쉽게 늘지 않으며, 그 결과 가격과 이익 전망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메모리 주식을 떠받쳤습니다.
미즈호(Mizuho)의 트레이딩 데스크 애널리스트 조던 클라인(Jordan Klein)이 “이제까지 많이 오른 메모리주가 시장 불안에 무너질지, 아니면 강했던 종목을 계속 붙잡을지”를 고민했다는 대목은, 지금 투자자들의 심리를 잘 보여줍니다. 초기 흐름은 후자에 가까웠고, 그 배경에는 단순한 심리가 아니라 수급과 가격의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메모리는 언제나 변수도 많습니다. 가격 전망은 빠르게 바뀔 수 있고, 고객사의 투자 속도나 거시 환경에 따라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럼에도 지금 시장이 메모리 업종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AI 인프라의 확장”이라는 장기 흐름 위에, “공급 규율”과 “장기 계약”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겹치며, 과거와는 다른 체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출처: Why Micron’s stock is a standout gainer as the market falters - MarketW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