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이크로는 AI 서버 승자인데 왜 매도 의견이 나올까: 매출 성장과 마진 압박의 충돌
매출이 아니라 ‘마진의 벽’이 문제입니다
생성형 AI 붐이 계속되면서 서버 시장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기업 중 하나가 슈퍼마이크로컴퓨터(Super Micro Computer, SMCI)입니다. ‘AI 서버를 가장 빨리, 가장 많이 공급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실제로 신흥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슈퍼마이크로의 존재감은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GS)는 슈퍼마이크로에 대해 매도(Sell) 의견을 유지했고, 목표주가도 34달러에서 26달러로 낮췄습니다.
이 판단은 “AI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골드만삭스의 논리는 정반대입니다. AI 서버 수요는 강하고, 슈퍼마이크로는 매출을 더 잘 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투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팔 수 있느냐”가 아니라 “팔아서 얼마나 남기느냐”이고, 지금 슈퍼마이크로는 그 ‘남는 돈(수익성)’이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AI 서버 왕”이어도 이익이 얇으면 평가가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짚는 가장 큰 문제는 마진(이익률)입니다. AI 서버는 겉으로 보기엔 고성능 장비이니 “비싸게 팔아 큰돈을 벌 것”처럼 느껴지지만, 현실은 반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AI 서버는 경쟁이 치열하고, 고객도 큰손이며, 부품 공급자도 협상력이 강합니다. 그 결과 AI 서버의 마진은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것으로 거론됩니다. 이는 전통적인 서버 마진의 절반 수준이라는 설명과 함께 제시됩니다.
이 흐름은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으로 슈퍼마이크로의 2026년 매출총이익률(그로스 마진)은 7.5%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2년의 15% 이상에서 크게 낮아진 수준입니다. 즉 “AI 서버 덕분에 성장한다”는 이야기는 맞을 수 있지만, 그 성장의 성격이 ‘고수익 성장’이 아니라 ‘박리다매 성장’에 가까워졌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문제의식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기서 계산이 바뀝니다. 매출이 크게 늘어도 마진이 낮으면 영업이익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습니다. 더구나 마진이 계속 떨어지는 구간에서는 “매출이 늘수록 더 바빠지는데 남는 건 적다”는 구조가 되기 쉽습니다. 이 경우 시장은 성장 자체보다 성장의 질(수익성)을 더 날카롭게 요구하게 됩니다.
골드만삭스가 보는 ‘좋은 소식’
흥미로운 점은 골드만삭스가 슈퍼마이크로의 사업 위치 자체를 낮게 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슈퍼마이크로는 이른바 ‘네오클라우드(neocloud)’라고 불리는 신흥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에게 강한 공급자로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네오클라우드는 전통적인 초대형 클라우드(하이퍼스케일러)와 달리, AI·고성능컴퓨팅(HPC)용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세우며 성장하는 신규 사업자를 의미합니다.
대표 사례로 아이렌(IREN, IREN)과 코어위브(CoreWeave) 같은 기업이 언급됩니다. 이들은 AI 연산 수요에 맞춰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확장하며 서버를 대량 구매하는데, 슈퍼마이크로와 델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DELL)가 주요 공급자로 거론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연결고리는 “네오클라우드의 고객”입니다. 네오클라우드가 무리하게 성장하다가 현금이 말라버리면 서버 공급사도 위험해질 수 있는데, 골드만삭스는 이들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FT) 같은 현금이 풍부하고 신뢰도 높은 하이퍼스케일러와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이런 구조라면 슈퍼마이크로의 매출은 2028년까지 시장 예상치를 웃돌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슈퍼마이크로가 제시한 전망도 매우 공격적입니다. 회계연도 2026년에 매출 64% 성장을 제시했는데, AI 서버 시장의 팽창을 감안하면 “매출이 더 잘 나올 수 있다”는 평가가 충분히 성립합니다.
그런데도 ‘매도’인 이유
골드만삭스가 매도를 고수한 논리는 결국 “이 회사는 팔릴수록 마진이 더 눌릴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로 정리됩니다. 특히 네 가지 압력이 함께 거론됩니다.
첫째, 경쟁 심화입니다. AI 서버는 수요가 큰 만큼 진입자가 늘어납니다. 대형 업체가 가격·서비스로 압박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는 마진을 방어하기가 어렵습니다.
둘째, 공급자 압력입니다. AI 서버는 GPU, 메모리, 네트워크 부품 등 핵심 부품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특히 메모리 비용이 급등하면 서버 업체의 원가가 올라가는데, 고객이 가격 인상을 다 받아주지 않으면 마진이 즉시 얇아집니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비용 상승이 슈퍼마이크로에 부담이 된다고 짚습니다.
셋째, 고객 집중도입니다. 큰 고객 몇 곳이 물량을 쥐고 있으면 가격 협상에서 공급사가 불리해집니다. 골드만삭스는 슈퍼마이크로가 “협상력이 큰 고객과 협상력이 큰 공급자 사이에 끼여 가격을 받아들이는 위치(price-taker)”가 되기 쉽다고 설명합니다.
넷째, AI 서버 설계의 표준화입니다. 특히 엔비디아(Nvidia, NVDA)가 제시하는 ‘레퍼런스 디자인(reference design)’이 시장 표준처럼 굳어지면, 서버 업체가 독자 설계로 프리미엄을 붙이기 어려워집니다. 제품이 ‘비슷비슷해질수록’ 차별화는 서비스·운영·지원에서 갈리는데, 이 영역은 시간과 조직 역량이 필요합니다.
델과의 비교가 뼈아픈 이유
슈퍼마이크로는 기업(엔터프라이즈) 고객과 국가 단위 고객(소버린)을 넓히기 위해 ‘데이터센터 빌딩 블록(Data Center Building Blocks)’이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언급됩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 확장 전략이 강력한 지원 조직과 운영 체계를 요구하는데, 이런 체계는 델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된 기업이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즉, 슈퍼마이크로가 “AI 서버를 잘 만든다”는 강점은 분명하지만, 기업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장기 지원·서비스·운영을 제공하는 것은 별개의 게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매출은 늘어도 마진은 계속 눌릴 수 있습니다.
주가는 떨어지고, 의견은 갈리고, 공매도는 높습니다
이런 평가 속에서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해당 시점에 5.8% 하락해 28.36달러로 내려갔고, 그날 S&P 500 구성 종목 중 두 번째로 부진한 종목으로 집계됐습니다. 또한 2025년 한 해 주가가 4% 하락했다는 흐름도 함께 언급됩니다.
장기 흐름은 더 극단적입니다.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2024년 3월의 사상 최고 종가 118.81달러에서 75% 이상 하락한 상태로 거론됩니다.
애널리스트 의견도 크게 갈립니다. 적어도 3곳은 매도 수준의 평가를 내리고, 9곳은 매수로 평가하는 등 분산이 큽니다. 목표주가 범위도 15달러(서스퀘해나)에서 63달러(노스랜드 시큐리티스)까지 넓게 퍼져 있습니다. 투자자 포지션도 양극단으로 나뉘어 공매도 비중이 17%를 넘는 수준이 언급됩니다.
이런 ‘극단적 분열’은 보통 한 가지를 의미합니다. 같은 사실(AI 서버 수요 강세)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매출 폭발”을 먼저 믿고, 다른 사람은 “마진 붕괴”를 더 무섭게 본다는 뜻입니다.
AI 시대에도 ‘서버 조립업’은 수익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슈퍼마이크로 사례는 AI 투자에서 자주 놓치는 교훈을 보여줍니다. AI 밸류체인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원가가 높은 하드웨어 비즈니스가 많고, 이 분야에서는 “누가 더 많이 파느냐”보다 “누가 협상력을 갖고 가격을 지키느냐”가 더 중요해질 때가 많습니다.
특히 AI 서버 시장은 엔비디아 같은 핵심 공급자의 영향력이 크고, 고객은 대규모 구매로 가격을 낮추려 합니다. 여기에 제품 설계가 표준화되면 서버 업체는 “가격을 올릴 이유”를 만들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슈퍼마이크로가 진짜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AI 서버 리더십 자체가 아니라, 마진이 줄어드는 흐름을 반전시킬 ‘구체적 수단’입니다. 그 수단이 서비스 역량 강화인지,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인지, 부품 조달 구조 개선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 수요가 강한 환경에서도 “좋은 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장이 슈퍼마이크로를 두고 벌이는 논쟁은 바로 그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료 및 출처: Super Micro Computer Is an AI Winner. Sell the Stock Anyway, Goldman Sachs Says. - Barr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