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그린란드 압박이 남기는 동맹의 상처: 미국이 얻는 것과 잃는 것

트럼프의 ‘그린란드 카드’가 남기는 상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두고 “미국은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반복하면서, 북극 안보를 둘러싼 논쟁이 단숨에 ‘동맹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국가안보와 전략 요충지, 그리고 핵심 광물(희토류 등)의 가치가 거론됩니다. 그러나 유럽이 체감하는 충격은 그보다 훨씬 직설적입니다. 미국이 동맹국인 덴마크의 영토 문제를 압박 카드로 꺼내는 순간, 대서양을 사이에 둔 협력 관계가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격하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 논쟁이 더 날카로운 이유는, 말이 거칠어질수록 ‘가능한 시나리오’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현실적인 목표가 무엇이든, 상대는 최악의 경우까지 상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그린란드 금융기관에 대한 달러 제재가 거론되고, 덴마크가 맞대응으로 자국의 대표 기업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NVO)의 GLP-1 계열 의약품 판매를 제한하는 식의 보복이 오갈 수 있다는 가정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더 과격한 상상으로는 누크(Nuuk)에서 고위 당국자를 확보하기 위해 미군이 투입되는 장면까지 유럽의 악몽처럼 언급됩니다. 미국 내에서는 “설마 그럴까”로 들릴 수 있지만, 동맹국 입장에서는 ‘설마’가 입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이미 관계를 훼손하는 사건입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 발언이 덴마크와 유럽의 불신을 키우고 있습니다. 구매·무력·협정 현실까지 정리합니다.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파는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그린란드를 “구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흘려 왔고,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이 의회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그린란드를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지점에서 역사적 비교가 곧바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당시 대통령이 1803년 루이지애나를 1,500만 달러에 매입했고, 윌리엄 수어드(William Seward) 국무장관이 1867년 알래스카를 평방마일당 약 12달러 수준으로 사들였다는 과거 사례를 대입하면, 그린란드는 오늘날 돈으로 대략 1억8,000만~4억5,000만 달러 수준으로도 계산이 된다는 식의 셈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곧바로 현실의 벽에 부딪힙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행정적으로 관할하고 있고, 덴마크는 1815년 식민지로 공식 편입했습니다. 이후 1979년 자치권(홈 룰)을 부여했고, 현재 그린란드 주민 약 5만7,000명은 독립 여부를 투표로 결정할 권리도 갖고 있습니다. 즉, “구매”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판매자가 누구인지가 애매합니다. 

덴마크만 설득해서 끝나는 구조가 아닐 수 있고, 주민의 뜻이 정면으로 걸려 있습니다. 더구나 여론조사에서는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에 대해 조건부로 긍정하는 흐름이 있더라도, 미국에 편입되는 것에는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정서가 강하다는 점이 함께 거론됩니다. ‘사는 것’이 정치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무력은 더 비현실적이지만, “배제하지 않겠다”는 말이 이미 문제입니다

무력으로 가져가는 시나리오는 더 가능성이 낮게 들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무력 사용을 직접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여지를 남기는 태도 자체가 유럽을 자극합니다. 유럽 주요 지도자들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사람들의 것”이라는 공동 입장을 내놓은 것도, 바로 이 ‘여지’에 대한 방어 반응으로 읽힙니다.

불을 더 크게 키운 것은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백악관 부비서실장(대통령 측 핵심 참모)의 발언입니다. “미국과 그린란드의 미래를 두고 싸울 사람은 없다”는 취지의 말은, 사실관계를 떠나 동맹국에게는 ‘힘의 우위’를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언어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언어는, 실제 행동이 없더라도 상호 신뢰를 빠르게 깎아먹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미 가능한 것: 미국은 ‘허가만 받으면’ 그린란드에서 대부분을 할 수 있습니다

더 역설적인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은 그린란드에서 안보 목적의 활동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과 덴마크는 1951년부터 방위 협정을 통해, 미국이 그린란드 전역에 군사 기지를 건설·운영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 틀은 2004년 개정되며 그린란드 현지 정부도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업데이트됐습니다. 핵심 조건은 간단합니다. 미국이 활동을 확대하려면 “허가를 요청”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맥락이 있습니다. 유럽은 러시아의 북대서양 해군 활동을 우려하고, 중국이 그린란드에서 광물 채굴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도 민감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덴마크나 그린란드가 미국의 ‘합리적’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즉, 미국이 원하는 것이 군사적 존재감 확대나 시설 확충이라면, 협상과 절차를 통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영토를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 나가면, 얻는 실익보다 잃는 외교 자산이 커집니다.



덴마크가 보여주는 ‘동맹 비용’: 더 쓴 돈, 더 산 무기, 그런데도 조롱을 듣는 구조

덴마크는 북극 방위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로 약 32억 달러의 군사 지출을 발표했고, 여기에 더해 45억 달러를 들여 F-35 전투기 16대를 추가 구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전투기는 미국에서 구매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덴마크는 이미 “미국과의 안보 협력”에 돈과 결정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의 방위 전략을 “개썰매를 하나 더 사는 정도”로 비꼬는 듯한 표현을 던지면, 덴마크와 유럽은 “우리는 실제로 돈을 쓰고 있는데, 우리의 노력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정을 쌓게 됩니다. 동맹은 결국 숫자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존중과 신뢰가 무너지면, 같은 지출도 ‘협력’이 아니라 ‘강요’로 체감되기 시작합니다.



미국이 정말 원하는 것이 ‘허가 절차의 간소화’라면, 접근법이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발언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허풍”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가능합니다. 덴마크와의 협의에서 더 빠른 승인, 더 넓은 활동 범위, 더 유리한 투자 환경을 얻어내려는 계산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그린란드의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들에게 “미국이 뒤를 봐준다”는 신호를 주려는 의도도 거론됩니다. 중국이나 환경 규제,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 사업일수록 ‘지정학적 후원’은 매력적인 보험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방식입니다. 협력의 문턱을 낮추려면 상대가 “같이 하면 서로 이익”이라고 느껴야 합니다. 반대로 압박과 조롱이 반복되면, 단기적으로는 양보를 얻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함께 움직이기 싫은 상대’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북극 안보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접근권과 더 빠른 조율일 텐데, 언어 선택이 그 목표를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 셈입니다.



“유럽의 절반이 트럼프를 적으로 본다”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

이 사안이 남기는 가장 깊은 상처는 여론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럽인의 거의 절반이 트럼프 대통령을 “적”으로 본다는 결과가 언급됩니다. 여기에 관세의 들쭉날쭉한 적용, 우크라이나에 대한 흔들리는 지지, 그리고 베네수엘라에서의 개입 같은 최근 행보들이 겹치면서, 유럽은 대서양 동맹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동맹은 위기에서 더 단단해지기도 하지만, 위기를 통해 균열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린란드 논쟁은 군사적 실익 자체보다, “미국이 동맹을 대하는 방식”을 유럽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포기하기 어렵더라도, 유권자의 정서가 돌아서면 향후 방위 협력, 대러시아 대응, 대중국 전략에서도 ‘속도와 결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기회가 생기더라도 ‘동맹 리스크’가 프리미엄을 먹습니다

그린란드에는 핵심 광물, 북극 항로, 군사적 요충지라는 매력적인 키워드가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발이 본격화되면 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방식의 압박이 이어지면, 개발 기회가 열릴수록 동시에 동맹 갈등이라는 ‘정치 리스크’도 커집니다. 규칙이 안정적이면 투자비용은 내려가지만, 규칙이 흔들리면 자금은 더 비싸지고 프로젝트는 더 느려집니다.

결국 이 사안은 “그린란드를 손에 넣느냐”가 아니라, “북극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는 길이 무엇이냐”로 되돌아갑니다. 이미 존재하는 협정 틀 안에서 합리적인 요청을 쌓아가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잡아채는 듯한’ 태도는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를 먼저 갉아먹습니다. 누군가가 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먼저 묻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싸고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Trump’s Self-Defeating Diplomacy in the Arctic - Barr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