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과 동맹 불안이 만든 금·은 급등, ‘셀 아메리카’가 의미하는 것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흔든 시장, 금·은이 ‘새 역사적 고점’으로 뛰는 이유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안전자산’입니다. 그런데 최근 시장이 보여준 움직임은 단순히 “주식이 불안하니 금을 산다” 수준을 넘어선 듯합니다.
미국 주식과 미국 국채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과 은이 기록적인 가격으로 치솟았습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유럽을 겨냥한 관세 압박과, 그로 인해 커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금과 은이 동시에 ‘기록 경신’할 때 시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이번에 눈에 띄는 점은 금만 오른 것이 아니라 은도 강하게 뛰었다는 사실입니다. 금 현물 기준으로는 온스당 4,762달러 수준이 언급됐고, 미국 선물시장(대표적으로 뉴욕상품거래소 계열)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은 온스당 4,765.80달러에 도달하며 하루 만에 약 3.7% 상승했습니다.
은은 현물 기준 온스당 95.78달러, 은 선물은 94.64달러까지 오르며 하루 상승률이 약 6.9%에 달했습니다. 가격 ‘레벨’도 충격적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승 속도입니다. 시장은 단기간에 위험 회피로 기울었고, 그 돈이 귀금속으로 쏠렸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귀금속은 보통 “불안할 때 사는 자산”으로 설명되지만, 금과 은이 동시에 강하게 뛸 때는 한 가지 해석이 더 필요합니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 성격이 강하고, 은은 안전자산 성격에 더해 산업 수요(전자·에너지·부품 등)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따라서 두 금속이 함께 급등한다는 것은 “불안 심리”와 “실물 수요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셀 아메리카’가 다시 고개를 들면, 달러·국채의 위상이 흔들립니다
이번 장면을 이해하려면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라는 표현을 짚어야 합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달러, 미국 국채, 미국 주식 등)을 일괄적으로 선호하지 않게 되는 흐름을 뜻합니다. 대체로 시장이 불안할 때에는 “주식은 팔아도 미국 국채는 산다”는 패턴이 자주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되려 약세를 보였습니다.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금리)은 반대로 오르는데,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4.3% 수준까지 올라 5개월 내 최고 수준의 마감 가능성이 거론됐습니다.
주식도 하락했습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약 1.76% 내렸고, S&P500은 2.06%, 나스닥은 2.39% 하락으로 표시됐습니다. 변동성 지수(VIX)도 함께 거론될 정도로, 투자자들이 단순 조정이 아니라 ‘불확실성 확대’를 체감하는 국면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 국채마저도 피난처 역할이 약해질 때” 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점입니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지만, 달러 가치나 국채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는 오히려 그 무이자(無利子) 특성이 단점이 덜 부각됩니다. 즉, 금이 비싼 것이 아니라 달러 기반 자산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질 때 금이 ‘대체 저장 수단’으로 재평가되는 구조입니다.
관세 위협이 단순한 무역 이슈를 넘어 ‘동맹의 균열’로 읽힐 때
이번 불안을 키운 직접적인 촉매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동맹국을 겨냥한 새로운 관세 위협이 언급됩니다. 특히 그 맥락에 ‘그린란드’가 연결돼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키웠습니다.
그린란드는 지리적으로는 북극권의 전략 요충지이며, 군사·항로·자원 측면에서 의미가 커서 국제정치에서 자주 거론됩니다. 만약 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 유럽과의 관계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강해지면, 이는 단순히 “관세가 오르니 기업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를 넘어 “서방 동맹의 결속이 약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로 연결됩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금융시장은 숫자만 보지 않습니다. ‘규칙이 작동하는 세계’인지, ‘규칙이 바뀔 수 있는 세계’인지에 따라 자금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관세는 표면적으로는 무역 정책이지만, 동맹을 상대로 한 관세 압박은 외교·안보의 불확실성과 결합되기 쉽습니다.
그 순간부터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 추정치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국가 간 질서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이 커질수록 금·은 같은 실물 자산이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모든 통화 기준으로도 기록”이 주는 함의
이번 급등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금과 은이 “모든 통화 기준으로도 새로운 기록”이라는 언급입니다. 이는 달러만 약해져서 생긴 착시가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 전반이 동시에 불안해하며 귀금속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정 국가의 문제라면 보통 환율이 충격을 흡수합니다. 그런데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주식과 채권이 약세를 보이면, 환율만으로는 불안을 상쇄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느 나라 통화로 보더라도” 가격이 올라가는 자산이 주목받습니다.
금은 ‘중앙은행의 매수’, 은은 ‘산업 수요’가 힘을 보탭니다
가격이 급등할 때 “이건 일시적인 공포”인지 “구조적인 추세”인지를 가르는 핵심은 수요의 성격입니다. 금의 경우 핵심 강세 요인으로 중앙은행(각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기관) 매수가 강조됩니다.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는 흐름은 외환보유액을 달러 자산 일변도에서 분산시키려는 움직임과 맞물릴 때가 많습니다. 이런 수요는 단기 트레이딩 자금보다 느리지만, 한 번 방향이 잡히면 지속성이 생깁니다.
은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은은 귀금속이지만 산업용 금속의 성격도 큽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서버, 전력 장치, 연결 부품 등) 같은 전기·전자 분야가 확장될수록 은이 쓰일 여지가 커집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은 기반 배터리’가 생산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언급까지 더해지며, 은 수요가 늘어나는 방향성이 제시됐습니다.
동시에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거론됐는데, 이런 조합은 은 가격의 변동성을 키우면서도 추세를 위로 기울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은이 금보다 하루 상승률이 더 컸던 배경도, 안전자산 수요에 더해 “산업 쪽에서도 수요가 받쳐줄 수 있다”는 기대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헷갈리는 지점: “헤드라인은 사라져도 추세는 남을 수 있습니다”
정치 뉴스는 하루 만에 흐릿해질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그린란드 관련 관세 헤드라인은 쉽게 희미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귀금속의 큰 추세는 여전히 위쪽”이라는 관점도 제시됩니다.
여기서 시장이 말하는 ‘추세’는 단순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언이 아니라, 수요 구조가 가격을 떠받치는지를 보는 관점입니다. 중앙은행의 금 매수, 산업용 은 수요 확대 같은 요인이 동시에 작동한다면, 특정 정치 이벤트가 잦아들어도 가격이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아가기보다는 높은 레벨을 유지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만 이런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속도’입니다. 금과 은이 하루에 3~7%씩 움직일 때는, 방향을 맞히는 것보다 가격 변동성 자체가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락 시 분할로 접근하되, 헤드라인에 쫓아가며 추격 매수하지 말라”는 조언이 등장합니다. 이는 투자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손실 패턴(급등 후 되돌림)에 대한 현실적인 경고에 가깝습니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번 금·은 급등은 “단순한 인플레이션 우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주식이 하락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르고(즉,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안전자산으로서 금과 은이 ‘전 세계 통화 기준’으로 강해지는 모습은, 투자자들이 위험의 원천을 기업 실적이나 경기 둔화 같은 단일 변수로만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더 큰 틀에서 ‘질서와 동맹, 정책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질 때, 금속 시장은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출처: Gold and silver hit fresh records as Trump’s attack on ‘the existing world order’ stokes new surge in metal markets - MarketW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