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강한데 왜 미국인들은 불안할까: 한국 투자자가 봐야 할 지표와 체감의 간극

‘체감’과 ‘지표’가 엇갈리는 미국

새해가 시작됐지만 미국 사회의 분위기는 밝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경제 지표는 ‘견조함’에 가깝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정반대 방향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지표)와 사회(체감)가 따로 움직일 때는 시장도, 투자자도 판단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구간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 자산 비중이 큰 포트폴리오일수록, 그리고 달러·금리·기술주 흐름에 민감할수록 더 그렇습니다.

미국은 성장률과 고용이 견조하지만 소비심리는 12년 최저입니다. 물가·일자리 체감 악화 속 한국 투자자의 대응 전략을 정리합니다.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숫자보다 생활에 붙어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1월에 84.5로 떨어지며 1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팬데믹 당시 최악의 구간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사람들은 “경기가 나쁘다”라고 단정하기보다, 삶이 팍팍해졌다는 방향으로 불만을 쌓고 있습니다.

불만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물가입니다. 

물가는 여전히 연 약 3% 수준으로 오르고 있고, 팬데믹 이후 이미 크게 오른 가격 위에서 추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체감 부담을 키웁니다. 여기에 관세와 맞물린 물가 압력까지 거론되면서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물가 상승률을 2% 이하로 낮추려 하지만, 지난 1년간 진전이 정체된 모습도 불안감을 키웁니다.

둘째는 일자리입니다. 

실업률은 12월 기준 4.4%로 낮은 편이지만, 구직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릅니다. 신규 채용이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고, 기업들은 퇴사자가 생기면 일부를 대체 채용하되 많은 경우 빈자리를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인력 수요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해고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직장을 잃으면 다음 일자리를 찾기 어렵겠다’는 불안이 조용히 번지는 형태입니다.

물가·일자리 외에도 의료비·보험료 상승, 정치적 혼란 같은 생활 밀착형 요인이 불만을 더합니다. 요약하면 미국 사회의 ‘기분’은 경기 침체 공포라기보다 높은 생활비와 불확실한 고용 전망이 만든 피로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는 왜 계속 ‘버티는’ 모습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경제는 앞으로도 연 2%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에도 연율 2%+ 성장 흐름이 이어지며,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가 5년 연속 지속되는 국면으로 정리됩니다.

이 동력은 크게 두 축입니다.

첫째는 소비입니다. 불안과 불만이 커도, 실제 지출은 탄탄합니다. 물가를 감안한 뒤에도 소비가 강하게 유지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둘째는 기업 투자입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신기술 분야에 기업들이 큰돈을 쓰는 흐름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식시장의 힘도 큽니다.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반복해서 경신하는 가운데,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인 401(k) 계좌에서 ‘백만장자’가 늘어날 만큼 자산 효과가 발생했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소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사회 전반의 체감이 나빠도 경제 전체가 무너질 정도로 소비가 꺾이지 않는 배경에는 자산을 가진 쪽의 소비 탄력이 자리합니다.

참고로 당시 시장 스냅샷으로 다우존스(Dow Jones Industrial Average)는 48,992.23(-0.85%), S&P 500은 6,982.65(+0.47%), 나스닥(Nasdaq)은 23,840.62(+1.01%), 변동성 지수(VIX)는 16 수준으로 제시됩니다. 방향이 엇갈려도, 전반적으로 “높은 레벨” 자체가 주는 자산 효과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성장 속도 제한’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의 의미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잠재성장률, 즉 경제가 무리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속도 제한’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과거에는 이 속도가 대략 1.8%로 여겨졌지만, AI 같은 기술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2% 이상, 더 나아가 세계은행(World Bank) 부총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행인 아한 코세(Ayhan Kose)는 2.2%~2.4%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생활수준 개선, 부의 증가, 인플레이션 부담 완화, 재정 여력 확대 등 ‘좋은 일’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최대 변수는 역시 일자리입니다.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지, 기존 일자리를 더 빠르게 대체할지는 아직 뚜렷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함께 강조됩니다.


대한민국의 투자자가 특히 주목해야 할 3가지: “미국 지표는 좋은데, 왜 마음은 나쁜가”

이 이야기가 한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미국 소비심리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지표는 괜찮은데 사회는 불만이 커지는’ 구조가 지속될 때, 정책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첫째, 물가가 3% 근처에서 잘 내려오지 않는 구간은 금리 경로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연준이 목표로 삼는 2%로 내려가는 속도가 느리면, 시장은 ‘완화 기대’를 앞서 당겼다가 다시 되돌리는 과정을 반복하기 쉽습니다. 이는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주식뿐 아니라 달러, 국내 금리, 성장주 밸류에이션까지 연쇄적으로 흔들 수 있는 요인입니다.

둘째, 고용이 급격히 나빠지지 않는데도 구직 체감이 악화되는 상태는 소비의 ‘층별 분화’를 심화시킵니다.
자산을 가진 쪽은 소비를 유지하지만, 그렇지 못한 쪽의 불만은 커집니다. 시장은 평균값만 보지만, 사회는 분포를 느낍니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정책 이슈(관세, 규제, 복지·보험 등 생활비 이슈)가 금융시장 변수로 들어오는 빈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셋째, AI 투자 붐이 성장을 받치면서도 일자리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양면성입니다.
기술 투자 확대는 관련 기업과 공급망에 기회가 되지만, 동시에 사회적 불안이 커지면 규제·정치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기술은 성장 동력’이면서 ‘사회는 불안 요인’이라는 구조가 한국 투자자에게는 섹터 선택의 난도를 높입니다.


사회와 경제가 따로 놀 때, 한국 투자자는 “확신보다 규율”이 필요합니다

이런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두 가지 극단입니다. 하나는 “지표가 괜찮으니 불만은 소음”이라고 치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불안하니 곧 위기”라고 단정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경제는 버티는데 체감은 나쁜 상황에서는, 시장이 한 방향으로 길게 달리기보다 기대와 현실을 조정하며 휘청거리는 구간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예측’보다 ‘대응’에 가깝습니다. 미국 성장의 동력이 소비와 기술투자라는 큰 흐름은 존중하되, 물가가 3%대에서 꾸덕하게 버티고 고용 체감이 나빠지는 환경에서는 변동성 확대를 기본값으로 두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포트폴리오를 한 가지 시나리오(금리 급락, 연준 빠른 완화, 기술주 일방 상승 등)에만 걸어두기보다, 여러 경로가 동시에 가능한 상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핵심은 간단합니다. 지표가 좋다고 해서 사회가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고, 사회가 불안하다고 해서 경제가 곧바로 무너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시장은 ‘정답’보다 ‘내성’을 요구합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확신이 아니라 규율입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Happy new year? Americans are in a foul mood despite a seemingly strong U.S. economy. - Market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