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대응 시나리오: 제재·사이버·군사옵션이 동시에 검토되는 이유

미국이 이란 ‘다음 수’를 본격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이란을 둘러싼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이란 전역으로 번진 반정부 시위에 대해 “가만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온 가운데, 백악관이 대통령에게 선택지를 정리해 보고하는 공식 브리핑을 준비하면서 상황이 ‘말’에서 ‘계획’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의의 특징은 한 가지 수단에 기대지 않고, 경제 제재·사이버 공격·정보전(온라인 지원)·군사 타격을 동시에 검토한다는 점입니다. 즉, 이란 정권을 압박하는 도구들을 ‘패키지’로 묶어, 필요하면 즉시 실행 가능한 형태로 만들려는 흐름입니다.

미국이 이란 시위 확산에 대응해 제재·사이버 공격·정보전·군사타격 옵션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권을 벌주되, 지역 전체를 불태우지는 말라”는 딜레마

이번 브리핑에는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 댄 케인(Dan Caine) 합참의장(장군) 등이 참석할 것으로 거론됩니다. 다만 논의가 초기 단계인 만큼,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게 점쳐집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여러 부처에 “가능한 대응책과 표적, 경제 옵션”을 미리 제출하라고 요청하는 메모가 돌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이미 행정부가 실행 가능한 목록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고민하는 핵심은 복잡합니다. 이란 정권의 강경 진압을 제어하고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동시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시위의 이름’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비치면 이란 정권이 “외세가 배후”라는 선전을 강화할 여지도 커집니다. 

시위가 내부의 분노에서 출발했더라도, 정권이 외부 개입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상황은 빠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미국 내부에서 가장 예민하게 다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논의되는 옵션들: 제재 강화부터 사이버 무기, 제한적 군사타격까지

검토되는 선택지는 크게 네 갈래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추가 제재입니다.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오랫동안 제재를 활용해 왔고, 트럼프 진영은 특히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이라는 표현으로 강경 노선을 상징화해 왔습니다. 제재는 즉각적인 군사 충돌 없이도 타격을 줄 수 있지만, 효과가 느리거나 우회 경로가 생길 수 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둘째는 사이버 공격입니다.
이란의 군사·민간 시설을 겨냥한 ‘은밀한 사이버 무기’가 옵션으로 언급됩니다. 사이버 공격은 공개적인 확전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실제로는 피해 범위가 넓어질 수 있고, 상대의 보복 사이버 공격을 부를 가능성도 있어 위험 관리가 필요합니다.

셋째는 온라인 정보 지원입니다.
반정부 메시지가 확산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반정부 성격의 ‘소스’를 강화하는 방식이 거론됩니다.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군사행동이 아니라 정보전의 성격이 짙습니다.

넷째는 군사 타격입니다.
제한적 공습이든 더 큰 규모든, 군사 옵션이 테이블에 함께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 시장과 외교가에 가장 큰 긴장감을 줍니다. 다만 미국 국방부는 현재로서는 군사타격을 위한 전력 이동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군사 행동을 실행하려면 공격 자산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 기지와 병력을 보호할 방어 자산도 함께 깔아야 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눈에 띄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항모 공백이 의미하는 것: “당장 치는 그림”과는 거리

눈에 띄는 대목은 항공모함 전개 상황입니다. 미국은 최근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USS Gerald R. Ford)와 타격단을 지중해에서 라틴아메리카로 이동시켰고, 그 결과 중동과 유럽 어느 쪽에도 미 항모가 없는 상태가 됐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단순한 배치 뉴스가 아니라, 미국이 당장 군사 타격을 실행하는 ‘즉시 전투 태세’로 옮겨 간 것은 아니라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항모가 유일한 수단은 아니지만, 항모는 상징성과 실전 운용 가치가 모두 큰 전력이라서, 배치 변화는 늘 의도를 드러냅니다.



시리아 공습과 이란 변수의 결합

이번 논의는 고립된 사건이 아닙니다. 미국은 최근 시리아(Syria)에서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S) 표적을 광범위하게 타격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미군 병사 2명과 민간 통역사 1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설명됩니다. 이미 지역의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이란 이슈까지 겹치면, 의도치 않은 충돌이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루비오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며 이란 시위와 시리아·가자(Gaza)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급도 나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최대 안보 위협 중 하나로 보는 나라이고, 미국과의 조율이 강화될수록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공조” 프레임을 더 세게 내세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타링크를 이란에 넣는다”는 발상

가장 흥미로운 옵션 중 하나는 스타링크(Starlink)입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소유한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로, 지상 통신망을 통하지 않고도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이란에서는 시위가 확산될 때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해 시위 조직과 정보 공유를 막아 왔는데, 미국이 스타링크 단말기를 이란으로 들여보내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큽니다. 

이는 총알이나 제재가 아니라, 연결을 제공해 시위의 지속력을 높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제로 단말기를 어떻게 반입하고 배포할지, 이란 당국의 단속을 어떻게 피할지 같은 실행 난도가 매우 높다는 점도 함께 떠오릅니다.


‘성공 경험’이 만든 트럼프의 자신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 국면에서 표현을 점점 거칠게 만들었습니다. 1월 2일에는 미국이 “대기 태세”에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놨고, 이후에는 이란 당국이 시위대에 발포하면 미국이 “쏘기 시작할 것”이라는 식의 발언까지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시위대를 격려하는 듯한 제스처도 취했습니다.

이 강경 기조의 배경으로는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Venezuela) 카라카스(Caracas)에서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정권을 겨냥한 작전을 수행한 일이 거론됩니다. 국무부는 “트럼프가 말하면 실행한다”는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나이지리아(Nigeria), 소말리아(Somalia), 시리아, 예멘(Yemen) 등지에서의 공습 작전이 미국의 이익을 지켰다는 인식이 트럼프 주변에 퍼져 있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강경 발언 → 실행’의 경험이 쌓일수록, 이란 정권은 경계심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먼저 치면, 미군 기지를 치겠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국회의장 격)은 미국이 먼저 행동하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란이 이런 경고를 공개적으로 던지는 것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중동의 미군 기지들이 실제로 ‘보복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군사 옵션을 검토할수록 방어 부담이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경제 항의”에서 “전국적 반란”으로

이란 내부 상황은 빠르게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처음에는 경제 상황에 항의하는 상인들의 протест(항의) 성격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정권을 향한 전국적 반발로 확산됐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1월 8일을 기점으로 ‘전국적 봉기’ 성격이 강해졌고, 사망자가 500명을 넘었다는 집계도 언급됩니다(보안요원 등 치안 당국 인원도 포함된 수치로 전해집니다). 이 정도 규모의 사망은 단순 시위 진압 수준을 넘어, 사회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 국면에 가깝습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측이 더 강한 탄압을 예고하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긴장을 높입니다. 특히 이란의 모하마드 모바헤디 아자드(Mohammad Movahedi Azad) 검찰총장은 시위 참가자들을 “신의 적”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 표현은 이란 체제에서 사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중한 죄목과 연결됩니다. 

또한 이란 군은 국가 이익과 전략 인프라를 지키겠다며, 이번 혼란을 이스라엘과 ‘테러 조직’ 탓으로 돌리는 메시지를 내놨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정권이 시위를 내부 민심의 폭발로 인정하기보다, 외부 적대 세력의 공작으로 규정하려는 전형적인 대응으로 읽힙니다.



“군사로 갈 수도, 외교로 돌릴 수도”라는 미국의 미세한 신호

흥미롭게도 미국 내부에서 외교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과 ‘실질적 협상’을 할 여지가 아직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란이 최근 몇 달 동안 진지한 협상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설명도 함께 나옵니다. 결국 미국은 군사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압박 강도를 높이되, 이란이 협상장으로 나오면 다른 결말도 가능하다는 ‘이중 트랙’을 유지하려는 모습입니다.



2025년 8월의 B-2 공습 기억

이란 문제를 더 민감하게 만드는 것은 ‘이미 한 번 타격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2025년 8월, B-2 스텔스 폭격기(B-2 stealth bomber)가 이란의 핵 관련 시설 3곳을 크게 손상시켜 핵 프로그램을 후퇴시켰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만약 이번에 또다시 공습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이란 공격으로는 두 번째가 됩니다. 이란 정권이 미국의 위협을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위 지원”이 “정권 교체”로 읽히는 순간

미국이 어떤 조합을 선택하든, 가장 위험한 구간은 ‘해석’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시위대를 돕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란 정권은 이를 정권 전복 시도로 규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프레임이 강화되면 정권은 더 강한 폭력으로 내부를 틀어쥘 명분을 쌓고, 동시에 미국을 향한 보복 압박을 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이 상징적 제스처만 취해 정권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키지 못하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실망이 시위대에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즉, 강하게 움직이면 확전 위험이 커지고, 약하게 움직이면 시위대의 기대를 꺾을 수 있는 딜레마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브리핑에서 진짜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수단’이 아니라, 미국이 어디까지를 목표로 삼을 것인지입니다. 정권의 폭력 진압을 억제하는 수준인지, 핵 문제까지 포함한 포괄적 압박인지, 혹은 정권 교체에 가까운 야심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에 따라, 선택지는 같은 단어(제재·사이버·군사)라도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참고 출처: Exclusive | U.S. Steps Up Planning for Possible Action in Iran - W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