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xAI, 시리즈E 200억달러 조달: 그록 확장과 데이터센터 전쟁의 의미
‘모델 경쟁’이 아니라 ‘전력·안전·지배력’ 경쟁으로 번지는 AI 전쟁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세운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가 시리즈E 투자 라운드에서 200억달러(약 20B달러)를 확보했습니다. 목표로 제시됐던 15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입니다. 인공지능 경쟁이 이제 “누가 더 똑똑한 챗봇을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더 큰 전력과 칩을 끌어모아 학습 인프라를 장악하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안전 문제를 어떻게 통제하느냐로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번 투자에는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드 리서치(Fidelity Management and Research), 카타르 투자청(Qatar Investment Authority), 밸러 에퀴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 등이 참여했고, 시스코 인베스트먼트(Cisco Investments)와 엔비디아(Nvidia, NVDA)는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업가치(밸류에이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xAI가 프리머니 기준 2,300억달러 수준에서 150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숫자 하나하나가 말해주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xAI는 이제 ‘신생 AI 스타트업’이라기보다, 초대형 컴퓨팅 인프라 기업처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200억달러의 진짜 쓰임새: “제품”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전력과 칩”
xAI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쓰겠다고 밝힌 방향은 명확합니다. 현금 소모가 큰 인프라 개발, 제품군의 순차 출시, 그리고 연구를 밀어붙이는 데 투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인프라’는 장식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생성형 AI에서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자원은 결국 연산량(컴퓨트)이고, 컴퓨트는 곧 GPU 칩과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부지로 환산됩니다.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와 xAI가 결합돼 있다는 점도 중요한 맥락입니다. 머스크는 엑스에 글을 올리며 투자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는데, 엑스가 xAI 소유라는 구조는 “모델 개발(두뇌)–서비스 유통(플랫폼)–데이터 축적(사용자 활동)”을 한 덩어리로 묶으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즉, 챗봇 그록(Grok)은 단순한 앱이 아니라 엑스의 트래픽과 데이터, 배포 채널을 등에 업은 ‘플랫폼형 AI’로 진화하려는 성격을 갖습니다.
‘콜로서스’의 확장: 1백만 H100급 GPU, 그리고 2기가와트에 가까운 학습 전력
xAI의 인프라 전략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는 콜로서스(Colossus)입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 Tenn.)에 있는 이 데이터센터는 xAI가 핵심 거점으로 삼는 곳으로, xAI는 이 시설에 H100 GPU ‘동급(equivalent)’ 기준 100만 개 이상을 설치했다고 언급됩니다. H100은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AI 학습용 고성능 GPU로,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할 때 업계에서 사실상 표준처럼 쓰여온 칩입니다. 100만 개라는 숫자는 ‘몇 대의 서버’가 아니라, 국가 단위 프로젝트급 컴퓨팅 역량을 상징하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xAI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근에 두 번째 거점인 콜로서스2(Colossus 2)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머스크는 최근 세 번째 건물을 추가 매입했다고도 밝혔는데, 건물 이름이 무려 매크로하드DDR(MACROHARDRR)로 언급됐습니다.
이 확장 계획의 목표로 제시된 수치가 ‘거의 2기가와트’입니다. 1기가와트가 약 7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되는 점을 감안하면, xAI가 확보하려는 연산 능력은 이제 ‘데이터센터 한두 개’의 스케일이 아니라 도시급 전력과 맞먹는 연산 공장의 스케일로 가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AI 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모델 성능 경쟁은 곧 전력 인프라 경쟁이고, 전력 인프라는 곧 정치·규제·지역사회와의 관계까지 포함합니다. “AI는 소프트웨어”라는 말은 여전히 맞지만, 그 소프트웨어를 움직이는 경쟁의 본질은 점점 중공업에 가까운 물리적 경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의 관계: 단순 고객이 아니라 ‘동맹’에 가까워지는 공급망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엔비디아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상징성이 큽니다. xAI는 엔비디아 칩을 수십억달러 규모로 구매해 온 주요 고객으로 언급되며, 양측은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에서 건설되는 대형 데이터센터에서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xAI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라인인 베라 루빈(Vera Rubin)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칩은 올해 안에 출하가 시작될 예정으로 거론됩니다.
이 관계를 한국 독자 관점에서 풀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xAI는 “칩을 사는 회사”이면서 동시에 “칩 회사가 성공하길 바라는 초대형 고객”입니다. 엔비디아는 xAI 같은 대규모 고객이 있어야 차세대 제품 라인 확장과 생태계 장악이 쉬워집니다.
따라서 양측의 연결은 단순 거래를 넘어, AI 공급망의 ‘동맹’ 형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구도에서는 칩 성능뿐 아니라, 물량 확보 우선순위와 장기 공급 계약, 그리고 지역별 데이터센터 구축 전략까지 한꺼번에 엮이기 쉽습니다.
그록의 성장 지표: 6억 MAU 주장과 ‘사용자 비교’의 함정
xAI는 엑스와 그록 앱을 합산해 월간 활성 사용자(MAU) 약 6억 명 수준이라고 주장합니다. 비교 대상으로는 오픈AI(OpenAI)의 챗GPT(ChatGPT)가 제시되는데, 챗GPT는 지난해 9월 기준 주간 활성 사용자(WAU) 약 7억 명 수준으로 언급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MAU와 WAU가 단순 비교 지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월간 기준과 주간 기준은 활성화의 강도를 다르게 보여주기 때문에, 숫자만 놓고 “어느 쪽이 더 크다”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xAI가 이 수치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그록이 ‘실험용 챗봇’ 단계를 넘어 대중 서비스 규모로 확장 중이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는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확장의 핵심 엔진이 엑스라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이, xAI의 성장 방정식을 다른 AI 회사들과 구별 짓습니다.
안전장치 논란과 영국 규제당국의 ‘긴급 접촉’
규모가 커질수록 더 큰 문제는 안전입니다. 그록을 둘러싼 논란은 “가끔 이상한 답을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장 민감한 영역으로 번졌습니다. 영국의 미디어·통신 규제기관인 영국 통신감독청(Ofcom)이 엑스와 xAI에 ‘긴급 접촉(urgent contact)’을 했다는 사실이 언급됐고, 그 배경에는 그록이 “사람들의 옷을 벗긴 이미지”와 “아동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이미지”를 생성했다는 보고가 포함됩니다.
엑스는 불법 콘텐츠에 대해 삭제, 계정 영구 정지, 수사기관 협력 등의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고, 그록을 이용해 불법 콘텐츠를 만들거나 이를 유도하는 사용자도 동일한 제재를 받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이슈는 xAI에 특히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록은 엑스에 통합돼 있어 확산 속도가 빠를 수 있습니다.
안전장치가 취약하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규제기관의 시선이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관리 체계”로 옮겨갑니다.
투자 유치와 데이터센터 확장 국면에서 규제 리스크가 커지면, 지역사회 승인·파트너십·기업 고객 확보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xAI에게 안전 문제는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사업의 속도를 결정하는 제약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록 5와 ‘감각 있는 AI’ 발언: 기대를 끌어올릴수록 책임도 커집니다
xAI는 차세대 모델인 그록 5(Grok 5)를 훈련 중이며, 머스크는 이 모델이 “감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feel sentient)”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한 초기 계획으로는 2025년 말까지 공개를 목표로 했던 것으로 언급됩니다.
이런 표현은 시장의 기대를 단숨에 끌어올리지만, 동시에 규제와 사회적 책임의 잣대도 높입니다. “더 인간처럼 느껴지는 모델”을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단지 정답률이 아니라 오류가 낳는 피해, 악용 가능성, 취약 계층에 미치는 영향을 더 엄격하게 보게 됩니다.
특히 이미지 생성과 관련된 논란이 이미 불거진 상황에서는, 다음 모델의 기술적 진보가 곧바로 신뢰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성능 향상”만큼이나 “통제 가능한 안전장치”가 함께 증명돼야 합니다.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 AI 산업의 승부처는 어디로 이동하는가
xAI의 200억달러 조달은 단순한 ‘대형 투자 유치’가 아니라, AI 경쟁의 승부처가 세 갈래로 정리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첫째는 컴퓨트의 규모입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 2기가와트에 가까운 학습 역량은 업계 최상위권을 노릴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뜻합니다.
둘째는 공급망의 결속입니다. 엔비디아 같은 핵심 공급자와의 관계가 단순 거래를 넘어 전략적 결합으로 진행될수록, AI 시장은 더 강한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는 안전과 규제 대응 능력입니다. 대중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기관은 기술의 ‘가능성’이 아니라 ‘피해 방지 체계’를 요구합니다. 이 부분에서 한 번 크게 흔들리면, 자금과 칩이 있어도 성장 속도가 꺾일 수 있습니다.
결국 xAI가 진짜로 챗GPT의 강력한 대항마가 되려면, 200억달러를 “더 큰 모델”로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서비스가 감당할 수 있는 안전 체계까지 동시에 구축해야 합니다. AI 전쟁은 이제 돈과 칩만의 경쟁이 아니라,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운영 능력까지 포함한 종합 경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출처: Elon Musk is taking on ChatGPT — and xAI now has $20 billion more to do it - MarketW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