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가격을 정하는 시대: 항공권·온라인쇼핑 ‘개인화 가격’이 불러올 변화

AI가 “당신이 낼 수 있는 최대치”를 계산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챗봇을 활용해 여행을 예약하고, 온라인에서 더 쉽게 쇼핑합니다. 그런데 같은 순간, 기업들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얼마를 받으면 구매할지”를 더 정교하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항공권처럼 수요에 따라 가격이 바뀌는 상품은 있었지만, 최근의 변화는 개인(또는 매우 작은 집단) 단위로 가격과 노출 순서, 할인 제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이 AI로 가격과 노출 순서를 최적화하며 ‘개인화 가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생길 변화와 규제 흐름을 정리합니다.

‘동적 가격’이 ‘개인화 가격’으로 진화하는 이유

핵심 연료는 데이터입니다. 온라인 쇼핑 기록, 검색·클릭 패턴, 위치 정보, 멤버십 이용 방식 같은 정보가 빠르게 쌓이고, AI는 이를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해 “지금 이 사람에게는 이 가격이 통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연산 능력도 크게 좋아졌습니다. 엔비디아(Nvidia, NVDA) 같은 회사의 고성능 칩이 확산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즉시 섞어 계산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이 방식이 본격화되면 가격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충성도(브랜드에 대한 익숙함), 맥락(언제·어디서·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가격 민감도(할인에 반응하는 성향) 같은 요소까지 함께 반영될 수 있습니다.


항공·유통·여행·플랫폼까지, 가격을 ‘AI가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항공: 델타항공이 AI로 일부 국내선 운임을 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델타항공(Delta Air Lines, DAL)은 일부 미국 국내선 항공권 운임 산정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기업 페처(Fetcherr)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페처는 수요·공급 정보와 기업·소비자 데이터를 결합한 “시장 모델”을 내세우며, 기존 소프트웨어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회사는 평균 매출 10% 개선과 수작업 60% 감소를 주장합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적용 비중”이 기대만큼 빠르게 커지지 않는 모습도 보입니다. 델타항공은 연말까지 국내선의 20%를 AI로 가격 책정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실제는 5% 수준에 가까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크루즈: 로열캐리비안은 하루 1,500만 개 가격 지점을 AI가 관리한다고 밝혔습니다

로열캐리비안(Royal Caribbean, RCL)의 최고경영자 제이슨 리버티(Jason Liberty)는 AI가 하루 “1,500만 개의 가격 지점”을 관리하며, 사람 중심의 수익관리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좌석·같은 객실이라도 ‘언제, 어떤 고객에게, 어떤 조합으로 제시하는 게 최적’인지 훨씬 촘촘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통: 홈디포와 ‘개인정보 가치에 따른 다른 요금’ 문구

홈디포(Home Depot, HD)는 가격 최적화 업체 레비오닉스(Revionics)와 협력하고 있으며, 건축자재를 자주 사는 시공업자의 최근 구매 내역을 토대로 다음 공정에 필요한 물품을 묶어 할인하는 식의 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됩니다. 

동시에 홈디포의 개인정보 처리 관련 문구에는 소비자가 제공한 개인정보의 “가치”에 따라 “다른 요금(different rate)”을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돼 있어 논란 지점이 됩니다.

레비오닉스 측은 “개별 소비자 데이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과거 판매 데이터와 경쟁사 가격 등으로 목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가격을 찾고, 종종 가격 인하를 권고한다고 말합니다.


‘가격’만 바뀌는 게 아닙니다: 무엇을 먼저 보여줄지도 AI가 정합니다

아마존(Amazon.com, AMZN)·익스피디아(Expedia Group, EXPE)·틱톡(TikTok) 같은 서비스에서 상품(또는 콘텐츠)이 보이는 순서는 “나에게 유용한 정도”뿐 아니라 마켓플레이스 경쟁 가격과도 연결돼 움직일 수 있습니다. AI가 사용자를 “가격에 둔감한 사람”으로 판단하면, 더 비싼 상품을 위쪽에 배치하는 식의 최적화가 가능해집니다.

실제로 카네기 멜런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 연구진(경영학 교수 파람 싱(Param Singh) 등)은 개인화된 상품 정렬이 소비자 전체 기준 가격을 평균 29% 올릴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고, 편의성 같은 경제적 이점을 감안해도 평균 13% 상승으로 추정했습니다.


쇼핑 챗봇이 ‘매출 엔진’이 되는 흐름

아마존의 AI 쇼핑 도우미 루퍼스(Rufus)는 이용자가 구매할 가능성을 60% 높인다는 언급이 나왔고, 최고경영자 앤디 재시(Andy Jassy)는 연간 100억 달러 추가 매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화 맥락이 (사용자가 거부하지 않는 한) 일정 기간 저장·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됩니다.

한편 오픈AI(OpenAI)의 챗GPT(ChatGPT)는 월마트(Walmart, WMT)·엣시(Etsy, ETSY)·쇼피파이(Shopify, SHOP) 등과 협력을 통해 전자상거래 영역을 넓히는 흐름이 언급됩니다. 

오픈AI는 검색 결과가 광고나 제휴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사용자가 예산을 명시하면 그 범위에 맞추지만 가격을 언급하지 않으면 다른 요소를 더 중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가 불안해하는 지점: “감시 기반 가격”과 ‘조용한 담합’ 가능성

문제는 투명성입니다. 기업들은 가격 알고리즘의 세부를 경쟁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려 하고, 소비자는 자신이 왜 더 비싸게(혹은 다르게) 제시받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학계에서는 AI 알고리즘이 경쟁 상황에서 오히려 초과이윤 수준의 높은 가격을 ‘학습’할 수 있다는 결론도 반복해서 제기돼 왔습니다. 

2019년 유럽의 한 연구는 AI 알고리즘이 일관되게 ‘경쟁을 넘는 가격’을 학습하며 결과적으로 명시적 합의 없이도 담합(묵시적 공모)과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고, 이후 연구들도 비슷한 방향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런 흐름을 “감시 기반 가격(surveillance pricing)”으로 부르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구매 이력, 위치, 소득 추정치, 온라인 행동 등을 촘촘히 추적해 “그 사람이 낼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깝게 가격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규제는 어디까지 왔나: 미국은 주(州) 중심, 해외는 경쟁당국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미국 연방 차원에서는 정권 변화에 따라 기류가 크게 출렁였습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5년 초 감시 기반 가격을 다룬 보고서에서 최소 250개 기업이 이런 관행을 채택한 정황을 언급했고, 구매 이력부터 위치 정보, 이메일 커뮤니케이션까지 폭넓은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이후 연방 차원의 강한 추진은 약화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그 틈을 메우려는 곳이 주정부입니다. 뉴욕주는 “알고리즘 가격(algorithmic pricing)” 사용 여부를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뉴욕주 법무장관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는 위치·소득·과거 쇼핑 습관 등에 따라 일부 소비자에게 더 비싸게 청구될 수 있다는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변동 가격 자체는 불법이 아니어서, 실제 집행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업계는 “프로모션 최적화까지 막히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합니다. 전미소매연맹(National Retail Foundation) 법률 고문 스테파니 마츠(Stephanie Martz)는 맞춤형 프로모션이 대체로 유익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규제 논의가 있었지만 실효성과 소비자 영향 논쟁 속에 입법이 진전되지 못한 흐름이 소개됩니다.

해외는 조금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중국은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예: 알리바바그룹홀딩(Alibaba Group Holding, BABA))에서 가격 담합·가격 고정 위험을 이유로 알고리즘 가격을 제한하는 초안을 내놓았고,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경쟁당국의 단속 우선순위로 다뤄지며 EU는 여러 건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언급됩니다.


결국 소비자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요

AI 가격책정이 모든 사람에게 항상 불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더 많은 할인과 더 편한 구매 경험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방향은 상당히 분명합니다.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를 통해 매출과 이익률을 끌어올리고, 소비자별로 지불의사금액의 상단에 더 가깝게 가격을 붙일 수 있다는 기대가 반복해서 제시됩니다. 전 FTC 소비자보호국 국장 새뮤얼 레빈(Samuel Levine)의 발언도 이 지점을 짚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기업들이 어디까지 ‘개인화’를 밀어붙일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 반발이 얼마나 커질지)입니다. 둘째, 규제 당국이 “가격 차등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 활용의 범위, 고지 의무, 차별적 결과를 어떻게 다룰지입니다. 

이 흐름이 깊어질수록, 다음번 온라인 쇼핑에서 가격은 단순히 시장이 아니라 AI가 판단한 ‘당신의 값’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출처: How Companies Are Using AI to Squeeze More From Your Wallet - Barr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