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달러 우회로와 위안화 결제 확산: CIPS·아프리카 광물·금 보유 증가가 의미하는 것

중국의 ‘달러 우회로’가 커질수록, 미국 소비자의 체감 물가는 왜 민감해질 수 있을까요

달러는 단순히 미국의 통화가 아니라, 오랫동안 국제 무역과 원자재 거래에서 ‘결제의 기본값’처럼 작동해 왔습니다. 석유나 구리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핵심 자원을 사고팔 때 달러로 값을 매기고 달러로 결제하는 관행이 넓게 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이 달러를 거치지 않고도 국제 결제가 가능한 경로를 넓히고, 특히 핵심 광물이 집중된 지역과의 연결을 강화하면서 “달러의 독점적 지위가 조금씩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극적으로 한 번에 터지는 사건이라기보다, 시간이 갈수록 구매력에 영향을 주는 ‘서서히 진행되는 압력’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중국의 위안화 결제망 확대와 아프리카 광물 공급망 강화가 달러 독점에 미칠 영향과 투자 관점을 정리합니다.

달러가 ‘원자재 가격의 기준 통화’일 때 미국이 누렸던 이점

달러가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기준 통화로 널리 쓰이면, 세계 각국과 기업은 무역을 위해 달러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달러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돈을 조달하기 쉬워지고, 미국 국채(정부가 발행하는 빚)에 대한 수요도 안정되기 쉽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이점을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반대로 달러로 결제되는 거래가 줄어들면, 달러 수요가 완만하게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해외에서 미국 국채를 사주는 힘이 예전만 못해지고, 장기적으로는 금리 부담이 커지거나 수입 물가가 오르는 경로로 미국의 체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중국이 키우는 핵심 도구: CIPS와 ‘달러 없이 결제하는 길’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장치가 중국의 국경간은행간결제시스템(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CIPS)입니다. 쉽게 말해, 국제 송금과 결제에서 달러 중심의 기존 인프라를 거치지 않고도 위안화로 정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결제 네트워크입니다.

아프리카 최대 대출기관으로 알려진 스탠다드뱅크그룹(Standard Bank Group, SBK)이 CIPS와의 연결을 진행하며, 아프리카에서 위안화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결제 속도는 기존의 수일 단위에서 ‘몇 초’ 수준으로 줄고, 비용도 크게 낮아졌다는 것은 시스템의 변화 그 이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콩고에서 상하이로 가는 코발트(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거래가 뉴욕 금융망을 거치지 않고 위안화로 정산되는 구조도 가능해집니다.


왜 하필 아프리카인가: 21세기 산업의 ‘원료 창고’가 되는 지역

아프리카는 코발트, 백금, 구리, 크롬, 리튬, 희토류 등 이른바 ‘핵심 광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거론됩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수소 연료전지처럼 21세기 산업의 기반이 되는 분야에서 이 자원들이 필수입니다.

중국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투자로 광산 개발뿐 아니라 철도·항만·정제시설 같은 인프라까지 함께 깔아, 채굴부터 수송·가공·구매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촘촘히 구축해 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아프리카 광산 부문에 대한 중국 투자 증가율이 전년 대비 거의 400%에 달했고, 중국의 아프리카 프로젝트 중 광산 비중이 5년 전 8%에서 20%로 높아졌다는 수치도 제시됩니다.

이 구조에 결제 인프라(CIPS)가 결합되면, “원자재를 위안화로 가격 책정하고 위안화로 정산하는 거래”가 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집니다.


‘제재의 무기화’가 촉발한 우회로 경쟁

국제 결제 인프라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큰 이유 중 하나는 스위프트(SWIFT) 등 기존 결제망이 사실상 달러 중심으로 작동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 인프라를 제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언젠가 우리도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2022년 러시아 외환보유액 동결 조치 이후 이런 경계심이 커졌다는 흐름이 보입니다.

그 결과로 CIPS의 처리 규모가 2024년 24조 달러로 늘었고,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는 수치가 제시됩니다. ‘달러를 대체하는 시스템’이 기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점점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중앙은행이 움직이면 신호가 더 커집니다: 달러 비중 감소와 금 보유 확대

통화 체제 변화는 중앙은행(각국의 돈과 금리를 관리하는 기관)의 행동에서 힌트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지리아(Nigeria)가 미국 내 금 보관분을 본국으로 옮겼고, 가나(Ghana)는 1년 동안 금 보유고를 35% 늘렸으며, 나미비아(Namibia)는 외환보유액의 3%를 금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사례가 있습니다.

더 큰 흐름으로는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47% 아래로 내려갔고(20년 전 65%에서 하락), 금 비중은 20%에 가까워지며 196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수치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금·백금·다이아몬드·희토류 같은 귀금속·자원 기반으로 거래 정산을 돕는 거래소 구상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는 ‘달러가 완전히 무너진다’기보다, 달러가 유일한 중심에서 다극화된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습니다.


시장 가격이 보여주는 또 다른 단서: 금·은 급등과 달러 약세

자산시장은 이런 변화를 선반영하려고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제시된 수치에 따르면 금은 연초 대비 60% 이상, 은은 100% 이상 상승했고, 일부 금광업체 주식과 관련 ETF는 150% 이상 오른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S&P 500 Index, SPX)는 16% 상승에 그쳤습니다. 동시에 달러 인덱스(U.S. Dollar Index, DXY)는 1년간 8% 하락 흐름이 언급됩니다.

물론 특정 해의 수익률이 곧바로 장기 체제 변화의 확정 신호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달러 중심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이 강해질수록, 금처럼 통화 체제와 무관하게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는 자산에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산 관리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나

여기서부터는 해석과 전략의 영역입니다. 크게 세 가지를 제시하겠습니다. 다만 아래 내용은 “한 가지 주장과 예시”에 가깝고, 실제 투자 비중은 개인의 위험 감수성·현금흐름·투자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꼭 염두에 둡시다.

1) 금·은 비중을 ‘상징적 수준’이 아니라 의미 있게 가져가자는 주장

금과 은(그리고 관련 채굴 기업)에 포트폴리오의 10~15%를 두는 방안입니다. 예시로는 실물 금 6~8%, 은 2~3%, 채굴주 3~4% 같은 배분이 언급되고, 금광 대형주 ETF 반에크 골드 마이너스(VanEck Gold Miners ETF, GDX), 소형주 중심 반에크 주니어 골드 마이너스(VanEck Junior Gold Miners ETF, GDXJ), 은광 ETF 글로벌엑스 실버 마이너스(Global X Silver Miners ETF, SIL) 같은 수단이 있습니다.

2) ‘중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캐는 기업에 노출을 두자는 주장

원자재 결제가 위안화 비중을 넓혀가더라도, 광물·자원 공급 기업은 가격 결정력과 수요의 수혜를 일부 받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 접근합니다. 예시로 비에이치피(BHP Group, BHP), 리오틴토(Rio Tinto Group, RIO), 발레(Vale, VALE) 같은 글로벌 광산 기업이 있습니다.

3) 장기 미국 국채 비중을 재점검하자는 주장

장기물 미국 국채는 해외의 꾸준한 수요가 받쳐준다는 전제가 강한데, 달러 수요가 약해지고 각국이 미국 국채를 덜 사게 되면 장기 금리가 불리해질 수 있습입니다. 그래서 20년 이상 만기의 장기 국채형 상품 비중을 5~7%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를 단기물 중심으로 옮기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달러 ‘붕괴’가 아니라, 달러 ‘독점 약화’가 가져오는 생활의 변화

핵심은 공포가 아니라 구조 변화입니다. 달러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기보다, 원자재와 무역 결제에서 달러가 차지하던 ‘독점적 자리’가 조금씩 줄어들면 미국의 구매력과 금리 환경이 예전만큼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변화는 환율 화면이 아니라 식료품, 에너지, 해외여행 같은 체감 지출에서 천천히 드러날 수 있습니다.


출처:

Opinion: China is quietly destroying the dollar — and that’ll cost you. Fight back with these money moves. - Market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