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세일즈포스가 5년 만에 드물게 싸진 이유: AI 시대 소프트웨어주, 기회 vs 가치 함정

어도비·세일즈포스가 “5년 만에 가장 싼 수준”이라면: 기회일까요, 가치 함정일까요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와 하드웨어 기업으로 자금이 몰리게 만들면서, 같은 기술 섹터 안에서도 전통 소프트웨어·IT 서비스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일부 대형 소프트웨어 종목이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Forward P/E)로 보면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구간에 바짝 붙어 있는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이 지점에서 월가의 논쟁은 선명합니다. 한쪽은 “검증된 우량 소프트웨어를 싸게 살 기회”라고 보고, 다른 쪽은 “AI가 기존 소프트웨어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어 싸게 보이는 것이 정상”이라고 봅니다.


AI 인프라로 자금이 쏠리며 어도비·세일즈포스 등 전통 소프트웨어주가 저평가 구간에 들어왔습니다. 기회와 위험을 정리합니다.

‘싸 보이는 이유’: AI 인프라로의 자금 이동과 AI 네이티브 경쟁

AI 투자 열기는 크게 두 갈래로 돈을 끌어당겼습니다. 

  • 첫째는 데이터센터, 서버, 반도체처럼 AI를 굴리기 위한 ‘인프라’입니다. 

  • 둘째는 AI로 새롭게 태어난 AI 네이티브(AI-native)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입니다. 

이들은 제품 설계 자체가 AI 중심이어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이 구축해 둔 기능적 “기본값”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현실적 요인이 겹칩니다. AI가 화제는 되지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실제로 AI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아직 크지 않다는 불만이 시장에 쌓였습니다. “기대는 큰데 실적 반영 속도는 더디다”는 인식이 밸류에이션(평가 배수)을 누르는 방식입니다.


“5년 만에 드문 수준의 저평가”로 분류된 10개 종목

최근 기준으로, 주요 기술주 가운데 Forward P/E가 ‘최근 5년의 최저치 근처(10% 이내)’에 들어온 종목으로 10개가 제시됩니다. 팩트셋(FactSet) 집계 기준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기업

Forward P/E

최근 5년 최저 Forward P/E

연초 대비 주가

로퍼테크놀로지스(Roper Technologies, ROP)

20.6

20.5

-15%

워크데이(Workday, WDAY)

20.5

20.4

-15%

타일러테크놀로지스(Tyler Technologies, TYL)

36.0

35.7

-20%

고대디(GoDaddy, GDDY)

17.6

17.4

-36%

서비스나우(ServiceNow, NOW)

38.3

37.7

-27%

포티넷(Fortinet, FTNT)

28.2

26.9

-15%

CDW(CDW, CDW)

13.9

13.1

-19%

인튜이트(Intuit, INTU)

27.2

25.2

+7%

세일즈포스(Salesforce, CRM)

19.6

18.1

-23%

가트너(Gartner, IT)

18.3

16.6

-48%


여기서 핵심은 숫자 자체보다 “왜 이렇게 싸졌는가”입니다. 같은 ‘소프트웨어’라도 AI 충격을 받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은 종목별로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어도비가 특히 민감한 이유: “창작 도구”가 AI의 정면 공격을 받습니다

어도비(Adobe, ADBE)는 올해 특히 큰 압박을 받았습니다. 피그마(Figma, FIG)와 캔바(Canva) 같은 경쟁 서비스가 존재하는데, 여기에 AI 기능이 빠르게 붙으면서 “어도비가 쌓아온 도구의 가치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어도비도 파이어플라이(Firefly) 같은 자체 AI 도구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은 경쟁의 강도가 과거보다 훨씬 세졌다고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부정적인 쪽에서는 성장률 둔화와 경쟁 격화를 함께 문제 삼습니다. 키뱅크(KeyBanc)의 애널리스트 잭슨 에이더(Jackson Ader)는 어도비의 매출 성장률 둔화를 예상하며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고, 몇몇 다른 애널리스트들도 “AI가 어도비의 핵심 전문 사용자 기반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이어갔습니다. 

반면 베어른스타인(Bernstein)의 애널리스트 마크 모어들러(Mark Moerdler)는 긍정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확실히 반박할 만큼의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서비스나우: AI ‘수익화’의 모범 사례로 불렸지만, 불안도 함께 커집니다

서비스나우(ServiceNow, NOW)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비교적 “AI 수익화가 빠른 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AI 기능을 강화한 ‘프로 플러스(Pro Plus)’ 요금제에서 가격 인상을 적용했고, 사용자 수(계정 수) 기준에서 사용량 기준으로 과금 구조를 이동시키는 등, AI를 돈으로 바꾸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에이더는 서비스나우 역시 향후 AI 리스크에 더 노출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보수적 관점을 유지했습니다. 주가가 하루에 약 12% 급락한 장면도 있었는데, 사이버보안 기업 아르미스(Armis) 인수 검토 가능성이 거론되며 “AI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시선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겹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반대로 베어른스타인의 피터 위드(Peter Weed)는 급락 이후 서비스나우를 “대형 소프트웨어 중 가장 싸 보이는 종목”으로 평가하며, 아르미스 인수가 서비스나우의 구조와 맞물려 오히려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세일즈포스: “에이전트” 플랫폼의 진짜 매출이 관건입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CRM)는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라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은 올해 내내 “이 플랫폼이 의미 있는 매출로 이어질지”를 놓고 의심과 기대를 오갔습니다.

최근에는 고객들의 유료 AI 솔루션 채택이 늘고, 처리되는 AI 토큰 물량이 증가하는 흐름이 언급되면서 모멘텀을 시사했습니다. 제품 가격 인상도 함께 진행됐는데,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AI 기능이 고객에게 추가 가치를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베어드(Baird)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롭 올리버(Rob Oliver)는 에이전트포스에 대한 시장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취지로 세일즈포스에 긍정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가트너: AI의 ‘피해자’로 보이지만, 반대로 ‘조력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트너(Gartner, IT)는 IT 리서치 회사입니다. 기업들이 IT 예산을 어디에 쓰고 어떤 기술을 채택할지 판단할 때 참고하는 보고서·자문 서비스를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올해는 계약 가치 성장 둔화가 부담이 되며 주가가 크게 흔들렸고, S&P 500 안에서도 부진이 두드러진 종목으로 언급됩니다.

하지만 윌리엄 블레어(William Blair)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니콜러스(Andrew Nicholas)는 “AI가 가트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과장됐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긍정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가트너가 내부적으로 AI 도구를 활용해 효율을 높이고 있고, 고객들도 자사 AI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가트너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저평가’라는 한 단어로 묶기엔, AI가 만드는 승자·패자의 결이 다릅니다

이번 흐름은 단순히 “소프트웨어가 싸졌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AI 시대라도,

  • 어도비처럼 AI가 제품의 핵심 가치를 직접 잠식할 수 있는 영역은 경쟁 충격이 크고,

  • 서비스나우처럼 AI를 과금 구조에 녹여낸 기업은 수익화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며,

  • 세일즈포스처럼 플랫폼형 AI를 내세운 기업은 고객의 유료 전환 속도가 결정적이며,

  • 가트너처럼 ‘판단을 돕는’ 기업은 오히려 AI 투자 수요의 수혜를 볼 여지도 생깁니다.

따라서 “싼 가격”을 볼 때는, 단순히 과거 대비 할인율만 보시기보다 AI가 그 기업의 기존 해자를 약하게 만드는지, 아니면 새로운 매출 경로를 열어주는지를 구분해서 보셔야 합니다. 지금 시장의 분열은 바로 그 지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Adobe and these 9 fellow tech stocks are rarely this cheap. Are they great deals or value traps? - Market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