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낫다? 30% 급등한 '은'의 화려한 귀환과 무역 전쟁의 역설
금보다 빛나는 은의 귀환, 무역 전쟁 속 '이중 매력'에 빠진 시장
불안한 국제 정세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투자자들이 본능적으로 찾는 안식처가 있습니다. 바로 금(Gold)이죠. 하지만 2026년 현재, 시장의 주인공은 더 이상 금이 아닙니다. 금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산업적 활용도가 높은 '은(Silver)'이 금의 수익률을 압도하며 투자자들의 새로운 헤지(Hedge, 위험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2026년 2월 25일 발표된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은 선물 가격은 약 30%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금이 20% 상승하며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은은 그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금보다 나은 은'의 시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은은 이번 2월을 상승으로 마감할 경우 역대 최장 기록인 '10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대체 무엇이 은을 이토록 강력하게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일까요?
무역 갈등이 부른 '안전 자산'으로의 회귀
최근 은 가격을 견인하는 가장 큰 외부 요인은 격화되는 글로벌 무역 긴장입니다. 미국 워싱턴 당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10%의 보편적 관세를 시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를 15%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과거의 '무역 전쟁'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키며 투자자들을 안전 자산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동유럽의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멕시코의 보안 문제, 그리고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과 이란 간의 제3차 핵 협상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만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 다시 폭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은과 같은 귀금속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투자와 산업의 '이중주', 은만의 독보적 강점
전문가들은 은이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이유로 '이중적 성격(Dual Nature)'을 꼽습니다. 금은 주로 가치 저장 수단인 투자 자산으로만 기능하지만, 은은 투자 자산인 동시에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반도체 제조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산업재'이기도 합니다.
XS.com의 수석 시장 분석가 라니아 굴레(Rania Gule)는 "은은 헤징(위험 회피)과 성장 특성을 동시에 결합한 자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 안전 자산으로서 은을 찾고, 반대로 에너지 전환이나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면 산업적 수요 때문에 은을 찾는 구조입니다. 특히 태양광 산업과 반도체 분야에서 은의 구조적인 수요 모멘텀은 무역 갈등 속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은은 금보다 경제 주기에 훨씬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무역 충격이 단기적으로는 안전 자산 수요를 자극해 가격을 올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 산업재로서의 가치는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은 가격은 지난 1월 26일 역대 최고가인 115.504달러를 기록한 이후 약 21%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지난 1월 30일에는 하루 만에 31%가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은 투자자가 반드시 유의해야 할 지점입니다.
스펙큘레이션과 펀더멘털 사이의 줄타기
최근 은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에 대해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중국 트레이더들의 투기적 활동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단기적인 유동성이 가격 변동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이를 '가격 버블'이 아닌, 공급 부족과 산업 수요 증가라는 거대한 우상향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투기 사이클'로 보고 있습니다.
향후 은 가격의 향방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 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3월 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약 60bp(0.6%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인 은을 보유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는 귀금속 가격에 강력한 우호적 배경이 됩니다.
은의 광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은은 현재 '뉴스에 의한 시장'에서 '펀더멘털에 의한 시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1월 중순 베네수엘라 사태나 중동Strike 위기 등 정치적 촉매제에 즉각 반응하며 급등했던 가격이, 이제는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달러 역학 관계라는 더 복잡한 경제 논리에 따라 재조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라니아 굴레의 표현을 빌리자면, 은은 "광택을 잃은 것이 아니라 단지 재조정(Recalibrating) 중"입니다. 글로벌 산업 수요가 급락하거나 통화 정책이 완전히 뒤바뀌지 않는 한, 공급 부족이라는 본질적인 배경 위에서 은의 매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금보다 조금 더 다이내믹하고, 산업의 심장 박동과 함께 뛰는 투자를 원한다면 이제 '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참고 출처:
Silver tops gold as investors’ go-to hedge against trade tensions - MarketW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