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쏘아 올린 수익률, 500% 급등한 유조선 펀드의 비밀과 에너지 투자 전략
전장의 포화 속에서 피어난 수익: 에너지 펀드의 독주
2026년 1분기 금융 시장의 성적표는 한 마디로 '에너지의 압승'이었습니다. 주식 시장 전체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에너지 관련 펀드들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1분기 최고의 승자, 에너지 섹터
모닝스타(Morningstar)의 주식형 에너지 펀드 카테고리는 이번 분기 평균 33.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약 420억 달러(한화 약 56조 원) 규모의 거대 공룡 펀드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State Street Energy Select Sector SPDR, XLE)' ETF는 무려 37.8%나 치솟았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증시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1.5조 달러 규모의 '뱅가드 S&P 500(Vanguard S&P 500, VOO)' ETF는 4.3% 하락했고,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뱅가드 토털 본드 마켓(Vanguard Total Bond Market, BND)' ETF는 수익률 제로(0%)에 머물며 체면을 구겼습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자산 간의 희비를 이토록 극명하게 가른 셈입니다.
500% 수익률의 미스터리: 유조선 펀드의 활약
이번 분기 전체 시장을 통틀어 가장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유조선 운송료를 추종하는 '브레이크웨이브 탱커 쉬핑(Breakwave Tanker Shipping, BWET)' ETF입니다. 이 펀드는 이번 분기에만 519.9%라는, 믿기 힘든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이유는 지정학적 요인에 있습니다. 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석유를 실어 나르는 유조선 확보 전쟁이 벌어졌고 운송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위기를 정확히 읽어낸 파생상품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전쟁의 메커니즘: 왜 에너지만 웃었을까?
전쟁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지만, 원자재 시장에는 강력한 '공급 쇼크'라는 촉매제를 제공합니다. 이번 에너지 펀드의 폭등 뒤에는 정교하게 맞물린 경제적 흐름이 숨어 있습니다.
유가 100달러 시대의 재림
2026년 2월 28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폭격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단숨에 돌파했습니다. 화석 연료 기업들의 주가는 즉시 폭등하기 시작했고, 이는 에너지 펀드의 수익률로 고스란히 연결되었습니다.
달러 강세와 페트로달러의 힘
석유 가격이 오르면 '페트로달러(Petrodollar, 석유 결제용 달러)'의 원리에 따라 달러의 몸값도 함께 뜁니다. 석유는 대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석유를 사기 위한 달러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은 해외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독이 되었습니다. 현지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수익률이 깎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 제거)를 하지 않은 해외 주식 ETF(EAFE)는 8.2% 하락한 반면, 환헤지를 적용한 상품은 5.5% 하락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습니다. 전쟁 통에는 달러 가치를 방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프로들의 전쟁 투자법: 매크로 트레이딩과 헤지 전략
개인 투자자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전쟁의 흐름 자체를 수익으로 바꾸는 '매크로(Macro)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공매도'의 기술
매크로 트레이딩은 전 세계 경제 지표, 정치 상황, 전쟁 등을 분석해 주식, 채권뿐만 아니라 금, 원유 등 모든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공매도(Short) 전략을 섞어 쓰기 때문에 전쟁 직후 하락장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현재 재무장관)가 실천했던 것으로도 유명한 이 전략을 사용하는 '모닝스타 매크로 트레이딩 카테고리'는 분기 평균 7.3%의 준수한 수익률을 냈습니다.
'블랙록 택티컬 오퍼튜니티(BlackRock Tactical Opportunities)'나 '캠벨 시스템매틱 매크로(Campbell Systematic Macro)' 같은 펀드들이 대표적인 승자였습니다.
직접 베팅 vs 분산 투자
만약 여러분이 이 전쟁의 흐름에 직접 올라타고 싶었다면,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United States Oil, USO)' ETF가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무기였을 것입니다. 이 펀드는 석유 기업 주식이 아닌 '원유 선물' 자체에 베팅하여 분기 동안 82.9%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원자재를 섞어 놓은 '광범위 원자재 바스켓 펀드(Commodities Broad Basket)'가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합니다. 이 카테고리의 펀드들은 평균 22.1%의 수익을 내며 안정적인 3위 그룹을 형성했습니다.
성장의 그늘: 가치주는 웃고 성장주는 울다
이번 전쟁은 주식 시장 내부의 권력 지형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주와 성장주들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된 것입니다.
고성장의 엔진이 꺼진 성장주
인베스코 QQQ(Invesco QQQ)나 뱅가드 성장주(Vanguard Growth) ETF처럼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를 담은 성장주 펀드들은 이번 분기에 평균 9% 하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상승 압박이 이들의 미래 가치를 깎아내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돌아온 가치주의 시간
반면 에너지, 금융 등 전통적인 산업군을 담은 가치주 펀드들은 선전했습니다. 에너지 주식이 가치주 지수에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뱅가드 가치주(Vanguard Value, VTV)' ETF는 이번 분기 3.3%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성장주와의 경쟁에서 승리했습니다.
투자자를 위한 조언: 흔들리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낼 때는 시장이 반등하다가도, 수천 명의 병력이 중동으로 증파되는 현실을 마주하면 다시 급락하는 '시소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덱스 펀드에 몰리는 자금
눈에 띄는 점은 이런 혼란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지수 추종(Indexing)'의 힘을 믿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분기 동안 패시브 인덱스 펀드와 ETF에는 무려 2,329억 달러의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었습니다. 액티브 펀드에 들어온 976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전쟁과 에너지 위기는 투자자에게 매우 가혹한 시험대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펀드가 보여준 것처럼, 세상의 흐름이 급격히 바뀔 때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자산에 주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공격적인 수익 추구보다는, 달러 가치를 방어하고 가치주와 원자재를 적절히 섞어 포트폴리오의 탄력성을 높여야 할 때입니다.
참고 출처:
Energy Funds Dominate a War-Driven Quarter - Barr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