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잡고 엔비디아 쫓는다" : 20년 만의 최대 랠리 펼치는 AMD, 리사 수의 '지분 교환' 승부수 분석

"엔비디아만 있는 게 아니다" : 20년 만의 불꽃 랠리, AMD가 '필수 자산'이 된 이유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AMD입니다. AMD의 주가는 최근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무려 41%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05년 이후 약 20년 만에 거둔 가장 긴 상승 기록으로, 주가는 어느덧 278달러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과거 AMD가 인텔(Intel)의 그늘에 가려진 '가성비 CPU 업체'였다면, 지금의 AMD는 AI 시대를 지탱하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산(Indispensable Assets)'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AMD를 이토록 강력하게 만들었을까요? 그 맥락을 짚어보기 위해선 먼저 이 기업을 부활시킨 전설적인 인물, 리사 수(Lisa Su) 회장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41% 폭등한 AMD. 위기의 기업을 구한 리사 수 회장의 전략과 메타·오픈AI와의 파격적인 동맹 이면을 분석합니다. 에이전트 AI 시대, 왜 서버용 CPU가 다시 주목받는지 상세히 풀어드립니다.

리사 수의 마법 : 만년 2등에서 AI 핵심 주역으로

2014년, AMD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바로 리사 수입니다. 당시 AMD는 주당 2달러 수준의 동전주로 전락할 만큼 위태로웠죠. 

하지만 엔지니어 출신인 리사 수는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며 CPU의 구조를 혁신한 '라이젠(Ryzen)' 시리즈를 성공시켰고, 이어 서버용 칩인 '에픽(EPYC)'으로 데이터 센터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AMD의 랠리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리사 수 회장의 지휘 아래 10년 넘게 갈고닦은 서버용 CPU 기술이, 마침내 '에이전트형 인공지능(Agentic AI)' 시대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버용 CPU의 부활 : AI의 뇌 뒤에는 '심장'이 필요하다

많은 분이 AI 하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만 떠올리십니다. GPU가 복잡한 수학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계산 천재'라면, CPU(중앙 처리 장치)는 데이터 센터 전체를 관리하고 명령을 내리는 '현장 소장'과 같습니다.

최근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면서, 데이터 센터 안에서 이 복잡한 명령을 처리해 줄 고성능 CPU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월가 분석가들이 AMD의 서버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50%나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거인들과의 동맹 : 메타와 오픈AI를 우군으로 만들다

AMD가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논리입니다. 엔비디아의 칩 가격이 너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다 보니, 빅테크 기업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리사 수는 파격적인 제안을 들고 나타납니다.


메타(Meta)와 오픈AI(OpenAI)라는 천군만마

AMD는 지난 10월 챗GPT의 아버지인 오픈AI와 손을 잡은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Meta, META)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특히 메타와의 거래는 AMD의 주가를 끌어올린 결정적인 한 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흥미로운 비즈니스의 이면이 숨어 있습니다. AMD는 메타에 칩을 파는 조건으로, 메타가 AMD 주식의 약 10%(1억 6,000만 주)를 살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Warrant)'를 발행해 주었습니다.

  • 전략적 판단:
    "우리 주식의 지분 일부를 줄 테니, 엔비디아 대신 우리 제품을 써달라"는 파격적인 구애입니다.

  • 시장의 우려:
    번스타인(Bernstein)의 분석가 스테이시 라스곤(Stacy Rasgon)은 "제품의 품질만으로 팔아야지, 지분을 떼어주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 선택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일단 거대 고객사의 데이터 센터에 AMD의 칩이 깔리기 시작하면, 그 성능을 인정받아 다음에는 지분 배분 없이도 주문이 쏟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새로운 도전장 : GPU 시장의 판도를 바꿀 '인스팅트'

CPU 시장에서 인텔을 압도한 AMD의 다음 타겟은 당연히 엔비디아의 본진인 GPU 시장입니다.


인스팅트 M1400의 등장

현재 투자자들이 가장 유심히 지켜보는 제품은 AMD의 최신 AI 가속기인 '인스팅트(Instinct) M1400' 시리즈입니다. 비록 엔비디아의 판매량에 비하면 아직 규모는 작지만, 전문가들은 AMD가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뺏어오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비유하자면,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고급 외제차 시장에,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AMD라는 강력한 스포츠카가 등장한 셈입니다. 

5월 초로 예정된 AMD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 신형 GPU가 얼마나 팔렸는지가 주가의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것입니다.




2인자의 반란인가, 새로운 왕좌의 시작인가?

일론 머스크의 비즈니스 제국이 정치적 안개 속에 있다면, 리사 수의 AMD는 기술적 신뢰라는 탄탄한 기초 위에 서 있습니다. 리사 수는 10년 전의 약속을 지켰고, 이제는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물론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급등해 "좋은 뉴스가 이미 가격에 다 반영된 것 아니냐(Baked in)"는 신중론도 나옵니다. 하지만 AI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엔비디아의 유일한 대항마가 AMD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의 AMD는 단순히 주식 종목 중 하나가 아닙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프라를 지탱하는 '국가대표급 기술 자산'입니다. 5월 실적 발표라는 시험대를 앞둔 AMD가 과연 20년 만의 불꽃 랠리를 승리의 함성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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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AMD has ‘indispensable assets’ — powering the stock toward its best run in two decades - Market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