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름으로 세운 발전소, 고객은 '0명'? AI 전력 기업 퍼미의 추락

엇갈린 기대와 현실, 역대 최저치로 추락한 퍼미의 주가

최근 미국 주식 시장에서 퍼미(Fermi America LLC, FRMI)의 행보는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2026년 3월 30일, 퍼미의 주가는 전일 대비 13.3% 급락하며 5.36달러라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5년 9월 30일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였던 21달러와 비교하면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화려하게 상장했던 AI 전력 스타트업 퍼미(FRMI)가 역대 최저 주가를 기록했습니다. 매출 제로와 계약 불발이라는 악재 속에서 퍼미의 '프로젝트 마타도르'가 직면한 위기와 향후 전망을 분석합니다.

사실 퍼미는 상장 전부터 '에너지 업계의 어벤져스'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기업입니다. 202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며 전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전문가들과 정치 거물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릭 페리(Rick Perry) 전 텍사스 주지사가 공동 창립자로 참여하면서, 퍼미는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차기 행정부의 에너지 패권을 쥘 핵심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가 32.53달러까지 치솟으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던 퍼미의 시가총액은 한때 124억 6,000만 달러에 달했지만, 현재는 32억 9,000만 달러 규모로 크게 위축된 상태입니다. 

시장이 이토록 차갑게 돌아선 결정적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거창한 배경과 화려한 인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업의 생존을 증명할 '첫 번째 수익'과 '첫 번째 고객'이 여전히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마타도르'와 트럼프의 그림자

퍼미(Fermi America LLC, FRMI)가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이 추진 중인 거대 프로젝트, '프로젝트 마타도르(Project Matador)'에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전력난에 허덕이는 AI 기업들을 위해 맞춤형 인프라를 제공하는 일종의 '에너지 기반 부동산 플랫폼' 모델을 지향합니다.

그 중심에는 '도널드 J. 트럼프 발전소(Donald J. Trump Generating Plant)'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퍼미는 이 발전소를 통해 태양광과 천연가스, 그리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원자력 발전까지 아우르는 복합 에너지 솔루션을 구축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막대한 전력을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AI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에게 직접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공동 창립자인 릭 페리를 필두로 한 경영진의 정치적 영향력이 규제 완화나 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죠.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시점에 이르러서도 실제 입주를 확정 지은 테넌트(Tenant, 임차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트럼프'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만으로는 수익 실현의 불확실성을 가리기 역부족이었던 셈입니다.


수익 없는 기업의 딜레마, "언제쯤 첫 계약이 나올까?"

하지만 정치적 후광과 장밋빛 전망만으로는 냉혹한 자본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퍼미는 현재까지 단 1달러의 매출도 기록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부동산 투자 신탁(REITs)과 유사한 구조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에 임차인(Tenant)이 없다는 것은 수익 모델 자체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주주 서한을 통해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토비 노이게바우어(Toby Neugebauer)는 "모든 주주의 마음속에 있는 질문, 즉 언제 첫 번째 확정 임대 계약을 발표할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를 정면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답변은 실망한 투자자들을 달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노이게바우어 CEO는 "단순히 계약을 따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올바른' 파트너와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첫 번째 계약이 향후 모든 계약의 기준점이 될 것이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결정적 계기는 이미 한 차례 겪었던 뼈아픈 기억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 2025년 12월 12일, 퍼미는 첫 번째 유망 고객 후보가 임대 협상을 종료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하루 만에 주가가 33.8% 폭락하는 사태를 겪었습니다. 이후 주가는 이렇다 할 반등 없이 하향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분석가들의 시선과 향후 전망: 낙관론은 여전할까?

시장의 냉혹한 주가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월가의 전문 분석가들은 여전히 퍼미(Fermi America LLC, FRMI)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보통 주가가 공모가 대비 4분의 1 토막이 나면 '매도' 보고서가 쏟아지기 마련이지만, 퍼미의 경우는 사뭇 다릅니다. 

금융 정보 업체 팩트셋(FactSet)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퍼미를 분석하는 10명의 분석가 모두가 '매수(Buy)'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 주가는 무려 28.30달러입니다. 현재 5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 주가가 앞으로 428%나 뛰어오를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이토록 낙관적인 전망이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석가들은 지금의 주가 하락을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결함이라기보다, 거대 인프라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전 겪는 일시적인 '성장통'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빅테크의 전력 갈증, 퍼미에게는 기회다

분석가들이 퍼미의 미래를 밝게 점치는 가장 큰 근거는 '대안 없는 전력 수요'에 있습니다. 현재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FT), 아마존(Amazon, AMZN)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퍼미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마타도르'는 단순히 전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전력망 확보가 가장 어려운 시대에 안정적인 에너지가 보장된 '준비된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입니다. 토비 노이게바우어(Toby Neugebauer) CEO가 "첫 번째 임대 계약은 단순한 이정표가 아니라 향후 모든 계약의 기준(Benchmark)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분석가들 역시 일단 첫 번째 대형 고객(테넌트)만 확보된다면, 이후의 계약들은 도미노처럼 이어지며 기업 가치가 수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12개월의 골든타임, 신뢰 회복의 관건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노이게바우어 CEO는 향후 12개월 이내에 구속력 있는 임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이 '12개월'은 퍼미가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는 마지막 인내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결국 퍼미의 향후 전망은 '정치적 기대감'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얼마나 빨리 실질적인 '비즈니스 실적'을 숫자로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분석가들의 말대로 퍼미가 40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줄 '흙 속의 진주'가 될지, 아니면 실체 없는 기대감에 그칠지는 조만간 발표될 첫 번째 고객의 이름값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과 불확실성 사이의 외줄 타기

퍼미(Fermi America LLC, FRMI)의 사례는 미래 기술 산업에서 인프라 구축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강력한 정치적 네트워크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사업 아이템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매출 지표 없이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줍니다.

퍼미가 과연 노이게바우어 CEO의 호언장담대로 '제대로 된' 첫 번째 고객을 유치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고객 없는 발전소라는 오명 속에 사라져 갈까요? 

향후 12개월은 퍼미뿐만 아니라, 정치적 기대감이 투영된 수많은 AI 관련 기업들의 생존 능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This AI power company’s Trump-named power project still has no customers in sight - MarketWatch